9명의 사망자를 낸 서울 시청역 사고와 관련해 경찰이 자동차 급발진 여부를 수사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주택가 담벼락을 들이받고 급발진을 주장했던 택시의 페달 블랙박스 영상 분석 자료가 처음으로 공개됐다. 해당 자료에는 가속페달을 브레이크로 착각해 충돌 직전까지 7번이나 밟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은 2월 유엔유럽경제위원회(UNECE) 주관의 분과회의에 참석해 지난해 11월 발생한 택시 운전사의 급발진 주장 사고 사례에 대해 발표했다. UNECE 홈페이지에 게재된 이 자료는 최근 시청역 사고 발생 이후 뒤늦게 알려졌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2일 전기 택시(아이오닉6)가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주택가 담벼락을 들이받아 운전사가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65세 택시 기사는 “우회전 중 급발진으로 브레이크를 수차례 밟았지만 작동하지 않았다”며 차량 급발진을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은 페달 블랙박스 등 차량 내부에 설치된 4개 채널의 블랙박스 영상을 수거해 분석한 결과 사고 원인이 페달 오조작임을 확인했다.
택시 운전자는 골목에서 우회전한 뒤 3초간 30m를 달리는 상황에서 가속페달을 6번이나 밟았다가 뗐다. 마지막 7번째 가속페달을 밟은 후 담벼락에 충돌하기 직전까진 계속 밟은 상태를 유지했다. 우회전을 해 담벼락 충돌까지 총 119m(약 7.9초)를 달리는 동안 브레이크는 단 한 차례도 밟지 않았다.
캡처본이기는 하나 급발진을 주장한 차량의 페달 블랙박스 영상 내용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찰 등 관련 기관에서 해당 영상을 확보하고 있지만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원본 영상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영상은 페달을 잘못 밟은 운전자의 특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한다. 급발진을 주장하는 운전자는 대부분 자신이 밟은 페달이 브레이크라고 확신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운전을 생업으로 하는 택시 기사조차도 예상치 못한 가속 상황에 당황해 자신이 밟은 페달이 가속페달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번 시청역 사고 원인도 페달 오조작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사고가 난 뒤 정상적으로 차가 멈춰서는 영상과 이에 대한 목격담이 전해지는 것도 이런 분석에 힘을 싣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