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이하 현지 시간) 치러진 영국 총선에서 집권 보수당이 사상 최악의 성적으로 참패하고 노동당이 압승을 거뒀다. 경제 둔화와 고물가, 공공 부문 실패에 분노한 민심이 14년 만의 정권 교체를 선택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5일 총선 개표가 99.7% 완료된 가운데 노동당은 하원 650석 중 절반을 훌쩍 넘는 412석을 확보하며 압승을 확정 지었다. 기존 205석을 두 배로 늘리는 쾌거를 이뤘다. 반면 리시 수낵 총리가 이끄는 집권 보수당이 가져간 의석은 121석에 불과했다. 기존 344석에서 200석 넘게 잃으며 1834년 창당 이후 190년 만에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팬데믹,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인플레이션, 불법 이민 급증 등을 둘러싼 영국 유권자들의 불만이 정권 교체 열망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쏟아진다.
보수당은 2010년 집권 후 재정적자를 줄이겠다며 예산을 대폭 삭감해 의료·교육 등 필수 공공 서비스의 붕괴를 불러왔다. 특히 영국의 무상의료 체계인 국민보건서비스(NHS)가 인력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가장 심각한 문제로 꼽히는 치과 의료 개혁이 이번 총선의 최대 쟁점으로 부각됐다. 보수당이 2016년 국민투표를 통해 밀어붙인 브렉시트는 결국 무역·해외투자·생산성 동반 감소라는 경제적 재앙으로 이어졌다. AFP통신은 “재정 긴축, 브렉시트 분열, 스캔들로 점철된 14년간의 보수당 통치가 끝날 것”이라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권자들은 변화를 원한다”면서 “브렉시트 이후 영국 경제는 어려움을 겪었고 팬데믹,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더욱 타격을 입었다”고 설명했다. 현지에서는 브렉시트를 후회하는 이른바 ‘브레그렛(Bregret, Brexit+regret)’이라는 신조어도 생긴 상태다. 이날 수낵 총리가 사임한 후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는 찰스 3세 국왕을 만나 총리로 공식 취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