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총선에서 참패한 집권 보수당의 리시 수낵 총리가 5일(현지 시간) 사임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날 수낵 총리는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관저 앞에서 대국민 연설에 나서 “곧 국왕을 만나 사의를 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2년 10월 리즈 트러스 전 영국 총리의 뒤를 이어 취임한 지 약 1년 8개월 만이다. 그는 “죄송하다. 이 일에 내 모든 것을 쏟았지만 국민 여러분은 영국 정부가 바뀌어야 한다는 분명한 신호를 보냈다”며 “여러분의 분노와 실망을 들었으며 이 패배 또한 내 책임”이라고 덧붙였다. 수낵 총리는 연설을 마치고 곧장 찰스 3세 국왕 접견을 위해 버킹엄궁으로 향했다.
수낵 총리는 보수당 대표에서도 물러날 뜻을 밝혔다. 그는 “보수당 대표에서 사임할 것”이라며 “당장은 아니지만 후임 선출을 위한 공식 절차가 진행되는 대로 즉시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수낵 총리는 차기 총리에 오를 노동당의 키어 스타머 대표에 대해서는 “훌륭한 공공 정신을 가진 이로 내가 존경하는 사람”이라고 언급했다.
전날 실시된 조기 총선 개표 결과 의석 총 650석(648석 당선 확정) 가운데 보수당은 121석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이는 보수당 창당 190년 만에 가장 적은 의석수다. 노동당은 과반인 412석을 차지했다. 14년 정권을 이어온 보수당은 고금리·고물가로 인한 민생 악화, 공공 부문 위기 등에 악화한 민심에 집권당에서 물러나게 됐다. 2010년 집권 후 재정적자를 줄이겠다며 단행한 예산 삭감은 의료·교육 등 필수 공공 서비스의 붕괴를 불러왔다. 보수당이 2016년 국민투표를 통해 밀어붙인 브렉시트는 결국 무역·해외투자·생산성 동반 감소라는 부작용을 낳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권자들은 변화를 원한다”면서 “브렉시트 이후 영국 경제는 어려움을 겪었고 코로나19 팬데믹,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더욱 타격을 입었다”고 전했다. 현지에서는 브렉시트를 후회하는 이른바 ‘브레그렛(Bregret, Brexit+regret)’이라는 신조어도 생긴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