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할 수 있겠어요?" 정유사 사장님이 해커톤 찾은 이유는 [헤비톡]

허세홍 GS칼텍스 사장, 해커톤 참여 직원 격려
"정유공장은 디지털 혁신이 가장 많이 필요한 곳
…회사 차원 지원 강화, 생성형 AI 도입도 검토"

허세홍(가운데) GS칼텍스 대표가 3일 삼성동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GS그룹 해커톤 참가자들의 의견을 듣고있다. 박민주기자

"데이터 기반으로 생산 공정률을 개선한다고요? 완성되는 걸 볼 수 있는 거에요? 프레스(부담) 주려고 온 건 아니고. 하하."


GS(078930)칼텍스의 허세홍 사장은 지난 3일 서울 삼성동에서 열린 GS그룹의 해커톤 행사에서 직원들을 만나 호탕하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해커톤은 GS그룹이 2022년부터 전체 계열사 직원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는 아이디어 경연대회다. 올해는 임직원 351명이 참여해 생성형 인공지능(AI)를 활용한 업무 효율 개선 및 신사업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이날 오전 해커톤 행사장을 찾은 허 사장은 GS칼텍스 계열사 직원들로 구성된 5~6개 팀을 모두 방문하며 아이디어를 듣고 격려를 건넸다.


허 사장은 "현장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고객이 경험하는 불편)를 잘 아는 구성원들이 직접 디지털 전환(DX)을 하는 분위기가 매우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며 "아이디어를 현실화 할 수 있도록 회사 차원에서도 많이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3일 삼성동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GS그룹 해커톤 참가자들이 아이디어를 취합하고 있다. 사진제공=GS

GS칼텍스와 같은 정유사들은 장치 산업으로 불리는 만큼 DX 전환이 상대적으로 느린 업계로 평가된다. 하지만 허 사장은 "정유 공장이야 말로 디지털 혁신이 가장 많이 필요한 곳"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GS칼텍스는 일상 업무에 더해 생산라인에도 디지털 기술을 적용해 현장의 페인 포인트를 해결해 나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PE 출하장 개선이다.


PE 출하장은 공간적 여유가 없어 차량이 몰리는 경우 일일이 차량 기사에 전화를 해 안내를 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어왔다. 차량의 도착 시간을 예측할 수 없어 불필요한 인력 낭비가 발생했고 안전 상의 우려도 커지는 상황이었다.


이에 GS칼텍스는 모바일 웹을 만들어 기사들의 모바일 GPS로 위치를 파악해 도착 예정 시간을 확인하고 공장 출입 가능 여부를 모바일을 통해 기사들과 소통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안전과 업무 효율을 올리는 것은 물론 기사분들도 만족도도 올릴 수 있어 내부에서도 큰 호평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동안 수기로 작성했던 팀 단위의 자재 관리도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을 통해 효율화 했다. 자재 입고 및 출고를 모바일로 손쉽게 입력하고 재고를 실시간으로 확인함으로써 정비 시간 단축과 기회 비용 절감의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허 사장은 "생산라인을 비롯한 공장의 여러 곳에 첨단 기술을 이미 적용해 효율성을 개선하고 있다"며 "나아가 생성형 AI도 도입하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허윤홍(가운데) GS건설 대표가 3일 삼성동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GS그룹 해커톤 참가자들의 의견을 듣고있다. 사진제공=GS

한편 GS칼텍스를 비롯한 GS그룹은 올해 들어 디지털 전환 활동을 사업 현장 중심으로 전진 배치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현업의 직원들이 현장에서 스스로 과제를 발굴하고 디지털 도구를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지원한다. 허태수 GS그룹 회장은 2020년 취임 직후 지주사에 디지털 혁신을 확산하기 위한 오픈 이노베이션 조직인 ‘52g’를 신설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GS칼텍스의 DX 수행 과제들도 52g와의 협력을 통해 이뤄졌다. 지주사 인력과 계열사 파견 인력 등 총 80명으로 구성된 52g는 지난 4년 간 100여 개의 DX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허 회장은 “생성형 AI의 등장과 함께 현장 직원들이 직접 디지털 혁신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며 “모든 임직원들이 생성형 AI 도구를 익숙하게 사용하는 능력을 키우자”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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