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사직 전공의 행정처분 최종 결정…재수련 제한 완화해 복귀문 넓혀

■8일 미복귀 전공의 대책 발표
조규홍 장관, 행정처분 대상·시점 못 박을듯
'1년 내 동일과목·연차 응시 제한’ 지침 완화
전공의 비중 줄여 전문의 중심병원 전환 속도
과도한 연속 근무 줄이고 수련시간 늘릴 방침

의료 공백이 5개월을 넘어 장기화하는 가운데 정부가 8일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최종 처분과 함께 지원책을 발표한다. 7일 서울 한 대학병원에서 전공의 전용공간 출입문이 굳게 닫혀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8일 사직 전공의들에 대한 행정처분 범위와 시기를 최종 발표한다.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눈앞에 두고 미복귀 인원에 대한 처분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판단이다. 정부는 또 수련병원들이 요청한 전공의 대상 ‘1년 이내 동일 과목·연차 응시 제한’ 지침을 완화할 계획이다. 재수련 제한 지침이 완화되면 사직한 전공의들이 다시 수련병원으로 돌아올 수 있는 문이 넓어진다. 이와 함께 ‘빅5’ 등 상급병원을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전환하는 데 속도를 낸다. 의료 공백 직전 전공의 비중이 40%에 육박하는 대형 대학병원들도 있었는데 20% 수준으로 줄이고 응급·필수의료 중심 시스템으로 개편한다는 계획이다. 전공의들의 과도한 연속 근무를 줄이고 수련 시간을 늘리는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7일 의료계에 따르면 정부는 8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전공의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회의를 마친 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직접 브리핑을 통해 사직 전공의에 대한 최종 처분과 전공의 수련 지원책 등을 발표한다. 조 장관이 의료 현안과 관련해 직접 브리핑에 나서는 것은 지난달 4일 전공의와 수련병원 대상 각종 명령을 철회한다고 발표한 후 약 한 달 만이다.


그동안 전공의들의 복귀를 독려하며 각종 명령 철회 등 유화책을 내놓았으나 복귀율이 크게 저조한 데다 결원 전공의를 선발하는 하반기 모집 일정이 다가오자 결단을 내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복지부와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이달 4일 현재 전체 211개 수련병원 전공의 1만 3756명 가운데 1104명(출근율 8.0%)만 근무하고 있다. 정부가 병원을 상대로 전공의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 철회를 내리기 하루 전인 지난달 3일과 비교하면 근무 중인 전공의는 불과 91명 늘었다. 이대로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을 경우 사직을 최종 처리해야 할 전공의만 1만 명이 넘는다. 레지던트만 따졌을 때 이달 4일 현재 전체 수련병원에서 사직 처리된 사례는 0.58%(1만 506명 중 61명)에 불과하다.


복지부에 따르면 ‘전공의 임용 시험 지침’에 따라 9월 1일 수련을 시작하는 인턴과 레지던트가 선발된다. 임용 지침은 각 대학 수련평가위원회 사무국이 9월 1일로부터 45일 전, 즉 7월 중순까지는 모집 대상과 일정 등을 확정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수련병원별로 부족한 인원을 파악해 모집 공고를 내야 하는데 이달 초까지는 병원별로 복귀자와 비복귀자를 가려야 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복귀한 전공의에게는 면허정지 행정처분을 중단하기로 한 상황”이라며 “의료계에서는 복귀 여부와 관계 없이 전공의 전체에 대한 행정처분을 중단해달라고 하는데 이는 현장을 지켜온 전공의들과의 형평성 문제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미 확정된 2025년도 대학입시 의대 정원 증원을 되돌리기 어려운 것처럼 미복귀자에 대한 행정처분도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다만 정부가 사직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을 밀어붙일 경우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정부는 이에 따라 사직 전공의들이 1년 안에 같은 진료 과목의 같은 연차로 복귀할 수 없게 한 재수련 제한 지침을 완화해 복귀의 문을 더 열어준다는 계획이다. 사직한 전공의들이 같은 진료과에서 같은 연차로 수련을 재시작하려면 일러야 내년 9월, 또는 통상적인 전공의 모집 기간인 2026년 3월까지 기다려야 한다. 다른 진료과로 옮길 수는 있지만 이럴 경우 기존 수련 기간이 사라지기 때문에 전공의들도 부담이 크다. 이 때문에 일부 수련병원들은 사직 전공의가 9월 하반기 모집을 통해 복귀할 수 있도록 재수련 제한 지침을 개정해달라고 복지부에 요청한 상태다. 정부 관계자는 “제한 지침을 완화할 경우 결원이 생긴 수도권 병원 쏠림 현상도 나타날 수 있다”며 “전공의 복귀 유도를 통해 의료 공백을 줄여주자는 취지인 만큼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도 고려해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뿐만 아니라 의료계도 전공의들에게 손짓하고 있다. 교수 단체와 지역 의사회 등이 참여하는 대한의사협회 산하 범의료계 단체인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는 6일 3차 회의를 연 뒤 “전공의와 의대생이 현 상황의 주체이고 이들의 참여 없이 어떠한 대화의 여지도 없다”며 “전공의 및 의대생과 올특위의 구성·목적·방향 등을 원점에서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올특위는 ‘반쪽짜리’ 특위에서 벗어나기 위해 전공의와 의대생의 참여를 적극 독려하는 상황이다. 의료계의 목소리를 대변할 단일 창구로 구성됐으나 전공의와 의대생 참여 없이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공의 몫으로 공동위원장과 위원 3명 자리,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몫 위원으로 1명 자리가 각각 마련돼 있으나 이들은 불참을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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