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스물에 선박용접 도전…'여성 명장' 꿈꾸죠"

HD현대중공업 선박건조 현장서 용접하는 엄은솔씨
고교때 용접에 매력, 졸업직후 입사
반대했던 현장직 부친, 이젠 응원
용접봉 잡으면 마법사 된듯 즐거워
기능장 취득 이어 명장 타이틀 목표


“용접봉을 잡으면 제가 마법사나 조물주가 된 것 같습니다. 이제 용접을 시작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저에게는 ‘용접 명장’이라는 확실한 목표가 있죠. 이를 이루기 위해 불꽃과 함께 한 발 한 발 나아가고 있습니다.”


HD현대중공업의 조선기자재(UNIT)생산부에서 용접 업무를 맡고 있는 엄은솔(사진) 씨는 5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선박 건조에는 수많은 작업이 필요한데 용접도 그중 하나”라면서 “선박을 건조하는 작업의 일원으로 참여한다는 자체가 뿌듯하고 기쁘다”며 이같이 말했다.


엄 씨는 이제 스무 살 된 앳된 여성이다. 올해 2월 울산 지역 조선해양플랜트 마이스터고인 현대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용접을 천직으로 삼겠다며 3월 현대중공업에 입사했다.


엄 씨가 용접의 매력에 빠져든 것은 고등학교 때였다. 그는 “고등학교 3년 동안 용접 실습을 했는데 처음 용접을 접할 때 ‘손맛’이라는 것을 느끼고 여기에 빠졌다”며 “용접이라는 게 힘들기는 해도 스스로 느끼는 나만의 즐거움이 있다”고 말했다.


뜨거운 불꽃을 일으키는 용접은 성인 남성에게도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다.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여성이 조선 회사에서 용접을 한다고 하니 주변의 반응도 각양각색이었다고 한다. 엄 씨는 “용접 업무로 현대중공업에 처음 입사했을 때 친구들이 멋있다고 칭찬해주기도 하고 또 어떤 친구는 왜 굳이 그렇게 힘들고 위험한 일을 하느냐며 걱정을 하기도 했다”며 “그런데 지금은 입사한 지도 몇 달이 흘렀고 내가 일을 재미있어 하면서 열심히 하니 걱정보다는 격려를 해주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엄은솔 씨가 용접 작업을 하다 잠시 휴식 중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제공=HD현대중공업

그에게 가장 든든한 지원군은 가족들, 특히 아버지다. 사실 엄 씨의 아버지는 딸이 공업고등학교에 가는 것을 반대했었다고 한다. 일반 고등학교로 진학해 다른 집 자녀들처럼 평범하게 대학에 가기를 원했었다. 엄 씨는 “아버지도 현대중공업 계열사에서 현장직으로 근무하고 있어 이곳의 작업 환경이 여성에게는 힘들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그래서 내가 현장직이 아닌 평범한 사무직이 되기를 원하셨지만 막상 올 3월 현대중공업 합격 소식을 듣고는 기뻐하시면서 사회생활과 현장 작업에 대한 여러 가지 조언들을 해주셨다”고 했다.


엄 씨가 고등학교 때 용접 실습을 많이 해봤다고는 하지만 회사에서는 초보에 불과하다. 그는 “학교에서 자세히 배우지 못했던 것을 지금 익히고 있는데 특히 파이프 용접을 접하게 되면서 연습을 많이 해야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기술을 빠르게 습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안전이 먼저고 회사에서도 안전 부분을 가장 신경 쓰고 있어 작업 중 다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용접은 체력 관리가 중요한데 요즘처럼 더운 여름에 용접복을 입고 작업하다 보면 체력 소진이 많다”며 “이 일을 오랫동안 꾸준히 하려면 체력 관리를 잘 해야 하기 때문에 건강·체력 등 여러 가지를 신경 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엄 씨의 목표는 ‘명장’ 타이틀을 따는 것이다. 용접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명장이라는 소리를 듣기까지 가야 할 길이 멀지만 자신감은 누구보다도 충만하다. 그는 “우선 용접기능장을 취득해야 하는데 용접기능사 자격증을 갖고 현장에서 7년 이상 근무하면 기능장 자격을 취득할 기회가 주어진다”며 “이후 정부가 수여하는 숙련 기술인 최고 영예인 명장에 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엄 씨는 “지금은 서두르지 않고 현장에서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하나하나 배우고 있다”면서 “나중에 기능장 취득 조건이 되면 도전을 하고 이후에는 명장의 자리에도 올라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포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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