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부에서 MS·오픈AI·아마존·인텔의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인공지능(AI) 사업 협력을 확대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최근에는 동부로 이동해 SK그룹이 인수한 앱솔릭스·SK라이프사이언스랩스 사업장을 점검했다. AI를 비롯해 반도체 미래 소재, 바이오 신약 등 SK그룹의 미래 먹거리 사업에 더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SK그룹은 최 회장이 2일(현지 시간) 미국 뉴저지에 위치한 SK바이오팜의 미국 법인 SK라이프사이언스 본사를 찾았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SK바이오팜의 뇌전증 혁신 신약인 ‘세노바메이트’의 미국 직판 상황 등을 점검했다. 세노바메이트를 처방 받은 환자 수는 미국과 유럽 등에서 최근 10만 명을 돌파하며 뇌전증 영역에서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해 신약 시장의 신흥 강자로 인정받고 있다. 세노바메이트는 SK바이오팜이 신약 후보 물질 발굴부터 제품 상용화까지 전 과정을 독자적으로 진행한 순수 국산 신약이다.
SK바이오팜은 지난달 1103억 원 규모, 5월에는 880억 원 규모의 세노바메이트를 SK라이프사이언스에 공급하는 등 미국 시장 확대를 노리고 있다. 올해 1분기 세노바메이트의 미국 매출액은 909억 원으로 전년 동기(539억 원) 대비 68.5% 증가했다.
SK바이오팜은 글로벌 빅파마(대형 제약사)의 투자가 집중되고 있는 표적단백질분해치료제(TPD)에 대한 핵심 기술 보유사인 SK라이프사이언스랩스를 지난해 인수한 뒤 파이프라인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 회장은 구성원들을 격려하면서 “최근 미국의 생물보안법 추진이 국가안보정책에 미칠 잠재적 영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대응 방안을 준비해달라”고 당부했다.
최 회장은 하루 뒤에는 조지아주 커빙턴시에 위치한 앱솔릭스를 찾아 세계 최초 유리 기판 양산 공장을 둘러보고 사업 현황에 대해 보고 받았다. 앱솔릭스는 SKC 가 고성능 컴퓨팅용 반도체 유리 기판 사업을 위해 2021년 설립한 자회사다.
유리 기판은 AI 반도체 산업이 급격하게 성장하는 상황에서 반도체 패키지의 데이터 속도와 전력 소모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게임 체인저’로 주목 받는다. 유리 기판은 신호 전달력이나 열 관리 등 측면에서 기존 플라스틱 기판보다 우수하다. 때문에 수많은 데이터를 병렬 처리해야 하는 AI 컴퓨팅과 좋은 궁합을 보일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앱솔릭스를 비롯한 다양한 국내외 기업들이 유리 기판 상용화에 속도를 내는 이유다.
세계 최초로 유리 기판 상용화를 앞두고 있는 앱솔릭스는 하반기 중 고객사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AI 반도체의 급격한 성장에 힘입어 고순도 유리 기판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 회장은 이번 출장길에서 미국 빅테크 CEO들과 연쇄 회동하며 글로벌 AI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등 SK그룹의 AI 전략을 구체화하는 데 공을 들였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 사티야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등과 만나 SK하이닉스·SK텔레콤 등 AI 관련 계열사가 보유한 기술력을 알리고 향후 협업 방안 등을 폭넓게 논의했다. 특히 독자 서비스인 ‘에이닷’을 운영하며 서비스 운영 경험을 축적해온 SK텔레콤과 AI 빅테크 간 서비스 동맹에 대해서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SKT는 국내 AI 스타트업 등과 동맹을 맺고 앤트로픽 등 해외 유망 AI 스타트업에도 투자해왔다.
SK그룹 관계자는 "최 회장의 출장 결과를 바탕으로 SK 하이닉스·SK 텔레콤 등 관련 멤버사가 빅테크 파트너사들과 함께 SK AI 생태계 경쟁력 강화를 위한 후속 논의 및 사업 협력에 나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