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 닫는 소비자에… 美소비재기업 '가격 할인' 부쩍 늘어

지난달 25일 미국 일리노이주 로즈몬트의 한 소매점에서 할인을 알리는 보드가 전시돼 있다. AP연합뉴스

미국의 소비시장이 위축되면서 식품·소비재 기업들이 가격 인상 대신 더 많은 할인을 제공하는 전략을 채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FT는 닐슨아이큐의 데이터를 인용해 미국에서 지난해 6월부터 1년간 가격 할인 등 프로모션 전략을 통해 판매된 식품·소비재 제품의 비중이 28.6%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3년 전인 25.1%와 비교할 때 늘어난 수치다. FT는 이 같은 할인 판매가 미국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증가했다고 전했다.


실제 시리얼 등을 판매하는 제너널밀스는 올해 쿠폰 전략 등에 대한 지출을 전년도 대비 20% 더 늘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리츠 크래커와 토블론 초콜릿으로 유명한 몬델레즈 역시 올해 매장의 브랜드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 있다고 내다보며 “특정 대형 사이즈 제품의 가격을 4달러 이하로 낮출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발표했다.


식품 기업뿐 아니라 소매업체도 할인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드러그스토어인 월그린은 “소비자들이 더 까다로워졌다”며 판매 촉진을 위해 “표적 소비자를 위한 프로모션 등에 투자하겠다”는 전략을 밝혔다. 매출 감소로 곤혹을 겪고 있는 나이키 역시 지난주 실적 발표에서 “소비자가 느끼는 압력이 커지고 있다”며 100달러 이하의 신발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미국 소비재 기업들은 최근 2년 여간 이어진 인플레이션 환경 속에서 가격 인상 전략을 통해 매출을 극대화해왔다. 실제 S&P500 지수에 포함되는 필수 소비재 기업들의 주가는 평균 8%가 상승했다. 하지만 이 같은 인상 전략이 이제는 한계에 도달했다는 분석이다. 소비자들이 가격에 점점 더 민감해지기 시작하면서다.


닐슨아이큐의 부사장인 카먼 앨리슨은 “소비자들은 지갑으로 투표를 한다. 가격이 너무 공격적으로 오르면 소비자들은 브랜드와 매장을 바꿀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 제조업체와 소매업체의 ‘가격 인상 능력’이 고갈되고 있다며 미국 매장에서 홍보되는 품목 수가 전년 대비 6.3% 더 늘어났다고 부연했다.


다만 그럼에도 아직 가격 하락세가 전반적으로 번지지는 않는 모양새다. 소비재 대기업인 프록터앤갬블(P&G)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안드레 슐텐은 소비자들이 단지 저렴하다는 이유로 아무 제품이나 사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는 “(제품을 잘못 골랐을 경우) 실패 비용은 너무 높기에 소비자들은 여전히 안심할 수 있는 선택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