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9일 야권이 강행처리한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16일까지 시간을 끌 이유가 없다는 분위기라고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채상병 순직 1주기에 맞춰 거부권 행사를 가정해두고 재의결까지 역산해 지난 4일 특검법을 일방 통과시켰다. 대통령실은 거부권 행사 방침에 변함이 없는 만큼 서둘러 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채상병특검법은 지난 5일 국회에서 정부(법제처)로 이송됐다. 헌법상 대통령은 법안이 이송된 다음날부터 15일 이내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어, 시한은 20일이다. 재의요구안은 국무회의에 상정해 대통령이 재가하게 되는데, 통상 화요일에 국무회의가 열리는 점을 고려하면 시한 내에는 9일 또는 16일에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관측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8일 용산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국민의힘에서도 재의 요청이 있어 결정하는 데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은 채상병특검법이 한차례 거부한 이전 법안보다 더 독소조항이 많아진 데다, 8일 채상병 사망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 결과 임성근 전 해병대1사단장 등에 대해 불송치 결정을 내린 만큼 16일까지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기류다.
대통령실은 법안이 통과된 직후 “헌정사에 부끄러운 헌법 유린” “위헌에 위헌을 더한, 반헌법적 특검법” 이라고 한 바 있다. 이같은 대통령실의 분위기로 볼때, 윤 대통령은 순방 기간 중이라도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점쳐진다. 대통령은 해외에서도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안건에 대해 전자 결재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