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인기가 없다. 그러나 그의 정책은 그렇지 않다.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 어젠다는 유권자들 사이에서 믿기 힘들 만큼 높은 인기를 누린다. 정책 지지도만 놓고 보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의 맞수가 아니다. 하지만 정책이 아닌 바이든 개인의 인기는 바닥권이다.
대통령과 그의 어젠다 사이에 존재하는 지지율 격차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유권자와 언론, 그리고 바이든 자신이다.
민주당은 공화당과의 정책 대결에서 오랫동안 우위를 점했다고 자부한다. 최근 유고브가 실시한 블라인드 테스트는 민주당의 이 같은 주장에 무게를 실어줬다. 여론조사 기관인 유고브는 누구의 아이디어인지 밝히지 않은 채 바이든과 트럼프의 주요 정책안 내용을 간단히 설명한 후 참가자들의 평가를 구했다.
결과는 바이든의 완승이었다. 유고브가 열거한 바이든의 28개 정책안 가운데 27건은 반대보다 지지가 많았다. 특히 24건은 전체 응답자 가운데 과반수의 지지를 받았다. 트럼프의 정책안은 신통한 반응을 얻지 못했다. 그가 제안한 28건의 정책 아이디어 가운데 오직 9건만이 반대 의견보다 찬성 의견이 많았다. 게다가 응답자의 절대다수가 지지한 제안은 단 6건에 불과했다.
두 라이벌의 어젠다를 나란히 비교하면 이들 사이의 선호도 차이가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트럼프의 가장 인기 있는 정책안 가운데 일부는 바이든의 가장 인기 없는 어젠다와 엇비슷한 지지율을 보였다.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극히 저조하다. 일반 여론조사에서 벌써 수개월째 트럼프에게 뒤지고 있다. 놀랍게도 유권자들은 내용만 놓고 보면 그의 강점이 돼야 마땅한 숱한 이슈를 그의 약점으로 인식한다.
예를 들어 최근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유권자들은 총기와 총기 폭력 관련 이슈를 제대로 처리할 적임자로 바이든이 아닌 트럼프를 꼽았다. 하지만 앞서 나온 유고브의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유권자들은 총기 구입자의 신원 조회 강화와 공격용 라이플의 판매 금지를 내용으로 한 바이든의 정책안을 압도적으로 지지했다. 이에 비해 교사들을 무장시키자는 트럼프의 총기 폭력 방지안은 반대 의견이 우세했다.
마찬가지로 경제와 세금 등의 추상적인 이슈에서도 유권자들은 바이든보다 트럼프를 신뢰했다. 그러나 극부유층 증세와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바이든의 아이디어는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수입품에 대한 10%의 보편 관세와 기업 세율 인하를 내용으로 한 트럼프의 정책안보다 전반적으로 인기가 높았다.
이처럼 바이든과 그의 정책안에 대한 선호도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패턴은 여러 각도에서 설명이 가능하다. 그중 하나는 아쉽게도 유권자들이 인물보다 정책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공화당 전략가들에 따르면 유권자들은 종종 트럼프를 저열한 오입쟁이 변덕꾸러기라 생각하면서도 여전히 그의 정책을 지지한다. 반면 꽤 좋은 사람이라는 일반적인 세평에도 유권자들은 한두 가지 쟁점과 관련해 바이든이 취한 입장 때문에 그에 대한 지지를 유보한다. 트럼프의 변덕은 유권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비치지만 바이든은 탁월한 정책적 안목에도 유권자들의 호감을 받지 못한다.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유권자들은 후보들의 어젠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듯 보인다. 언론 보도가 정책 이슈보다 두 후보의 지지율 경쟁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언론은 각 후보가 재집권에 성공할 경우 하고자 하는 일에 관한 정확하고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고, 그들의 정책 방향과 유권자들이 원하는 국정 운영 방향이 일치하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안타깝게도 언론은 주어진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바이든 본인의 책임 또한 적지 않다. 바이든은 유능한 메신저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 실패했다. 손쉽게 지지를 끌어모을 수 있는 어젠다를 유권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지 못했다. 지난주 대통령 후보 토론회가 그 좋은 본보기에 속한다. 그는 자신의 정책을 정확하게 전달하지 못했고 심지어 주요 내용조차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으며 왜 그의 정책 아이디어가 트럼프의 어젠다에 비해 우월한지 설명하지 못했다.
이건 단지 토론회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그 이전에도 판촉의 귀재인 트럼프는 사실 여부에 상관없이 대중이 그의 주장을 옳다고 여기도록 만들었다. 정책안의 세부적인 내용은 아예 생략했지만 지지자들은 개의치 않았다. 반면 바이든은 좀처럼 유권자들을 열광시키지 못했고 그의 매력적인 플랫폼(주요 정책 어젠다)은 번번이 물속으로 가라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