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22대 국회에서 재발의된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한달 만에 위헌성이 오히려 가중됐다”며 재의 요구 사유를 밝혔다.
박 장관은 9일 오전 국무회의 종료 후 브리핑을 통해 “제21대 국회에서 헌법상 삼권분립 원칙 위반, 공정성 및 정치적 중립성 훼손 등을 이유로 국회의 재의결을 요구했다”며 “그런데 이번 법률안은 당시 정부가 지적한 위헌 요소들이 수정·보완되지 않고 오히려 위헌성이 가중된 법안”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절차적으로도 20일의 숙의 기간을 특별한 이유없이 배척하고, 여당과 충분한 합의나 토론 없이 일방적인 입법청문회를 거친 후 수적 우위만으로 강행통과 됐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박 장관은 “본 법안의 추진 목적이 사건의 진상 규명이 아니라 대통령에게 자신에게 대한 수사를 막기 위하여 재의 요구권을 행사한다는 프레임을 씌우고자 하는 정치적 목적이 아닌지 실로 의심스럽다”고 강조했다.
법무부는 특별검사 임명권을 사실상 야당이 행사하게 돼 헌법상 삼권분립 원칙에 위반되는 점을 재의요구 사유로 들었다. 또한 공수처·검찰의 수사가 진행 중인데 특검을 도입하는 것은 '수사가 미진하거나 수사의 공정성, 객관성이 의심되는 사안’에 한정해 도입돼야 하는 특검의 보충성과 예외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한 법무부는 “특별검사에게 재판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한 공소취소 권한을 부여하나, 이는 권력분립 원칙에 위반되고 형사법 체계와 공소취소 제도의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며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되지 않은 특검에 의한 브리핑은 과도한 수사 인력‧기간에 따른 인권 침해 우려가 상존한다”고 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대통령 본인이 수사를 당할 수 있어서 거부권 행사가 이해충돌이라는 비판이 있다’는 취재진의 질의에 대해 “이해충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답했다.
또 과거에도 특정 정당이 단독으로 특검 추천권을 행사한 전례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입장이 다를 수 있는 정당, 정부, 정치인 간 최소한의 합의나 수용이 전제됐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번 사안과는 사실관계와 배경이 다르다”고 반박했다.
정부는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채상병 특검법 재의 요구 안건을 심의, 의결했다. 앞서 채 상병 특검법은 지난 4일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 주도로 본회의를 통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