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이 보편 관세, 힘을 통한 평화, 국경 봉쇄 등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그대로 반영한 정강정책을 공식화했다. 공화당 전국위원회가 8일 채택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제목의 강령을 관통하는 원칙은 강력한 ‘미국 우선주의’다. 대규모 무역수지 적자를 줄이기 위한 관세 부과, 미국 자동차 산업 보호, 조 바이든 행정부의 전기차 지원 취소, 중국에 대한 최혜국 대우 취소 등이 명시됐다. 외교·안보에서도 “미국 국익 중심의 외교정책을 추진할 것”이라며 “동맹들이 공동 방위에 대한 투자 의무를 반드시 이행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안보에 핵심적인 장비·부품의 미국 내 생산을 의무화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직접 참여해 작성했다는 정강정책은 2016년 대선 때보다도 “더 국수주의적이고 보호주의적”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진단했다.
11월 대선에서 공화당의 승리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나온 ‘트럼프 강령’ 내용은 경제의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의 무역 적자가 1조 달러 규모임을 강조하며 모든 수입품에 보편 관세 10% 부과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지난해 역대 최대인 444억 달러의 대미 무역 흑자를 기록한 우리나라는 통상 압력의 집중 타깃이 될 가능성이 있다. 올 상반기에도 대미 수출 규모는 역대 최대를 기록했는데, 특히 자동차 전체 수출의 약 절반을 미국이 차지했을 정도다. 트럼프 집권기였던 2017년부터 2019년까지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 규모가 반 토막 난 것을 감안하면 최근 순풍을 타고 있는 우리 수출이 트럼프 재집권을 계기로 위축될 수 있다. 게다가 방위비 분담금 인상 압력이 커지고 있는 점도 각오해야 한다.
대선 결과와 무관하게 ‘미국 우선주의’ 파고는 더 거세질 것이다. 민주당 조 바이든 대통령도 표심을 얻으려면 자국민 중심 정책으로 경도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미국발(發) 통상 여건 급변으로 우리 기업들이 큰 타격을 입지 않도록 철저한 대비를 서둘러야 한다. 경제 외교 역량을 키우는 것은 물론 산업 정책을 정교하게 다듬고 수출 시장을 다변화하는 등 ‘트럼프 2.0’ 시대에 대응해야 한다. 한미 동맹 격상을 통해 북핵 억지력을 높이는 등 안보 강화 전략도 수립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