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발표된 ‘주택 소유 및 아파트 거주에 따른 19~39세 여성의 출산’ 분석에 따르면 무주택자보다 1주택을 보유한 경우와 다른 주거 형태보다 아파트에 거주하는 경우 출산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거 환경이 출산 결정에 직접적 영향을 준다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준 결과다. 이미 다양한 연구를 통해 주택의 소유 여부와 출산율이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고, 저출산의 주요 원인으로 높은 집값을 손꼽은 지도 오래됐다. 그러나 청년 세대가 집을, 특히 아파트를 구매하기 매우 어려운 구조는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지난달 19일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신생아 특례대출 소득 기준 완화’ ‘출산 가구 대상 주택 공급 확대’ ‘출산 가구 특별공급 청약 기회 1회 추가 부여’ 등을 골자로 한 주거 대책이 눈에 띈다. 집 걱정 없이 출산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겠다는 취지인데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여전히 획기적인 방안은 아니다. 내년부터 신생아 특례대출 소득 요건이 부부 합산 2억 5000만 원으로 완화되지만 대상 주택 가액과 대출 한도는 그대로다. 신생아 특례 구입자금 대출 대상은 9억 원 이하, 전세자금 대출 대상은 수도권 5억 원 이하 주택이다. 구입자금 대출 한도는 5억 원, 전세자금 한도는 3억 원이다.
올해 6월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2억 원, 전세가격은 6억 원을 넘었는데 그에 한참 못 미치는 기준이다. 매매든 전세든 서울에서 살기에 어림도 없다. 이 정도로는 출산 의지를 접은 청년 세대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한계가 있다.
저출산 문제가 국가의 존립을 위협할 정도로 심각하다는 데 이견이 없고, 주택 소유 여부와 출산율이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버젓이 나와 있다면 이제는 결단해야 한다. 지금보다 파격적인 주거 정책이 나와야 한다.
청년 세대가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는 ‘불안감’이고 그 불안감은 ‘집값’ 부담에서 비롯한다. 주거에 대한 불안감은 결혼과 출산을 늦추거나 포기하게 만든다. 저출산은 결국 살아가는 문제다. “집은 ‘사는(buy)’ 것이 아니라 ‘사는(live)’ 것”이라는 황당한 소리는 그만두고 청년 세대에 집을 구매하는 데 대한 경제적 부담감을 낮춰줘야 한다. 젊은 세대가 안심하고 아이를 낳아 키울 여건을 조성하는 데 저출생 대책의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주거 문제가 해결된다면 청년 세대가 겪는 문제들이 연쇄적으로 풀릴 것이라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