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손'을 느끼며 느리게 걷는 전시회

서울시립미술관·관악문화재단 협력전시
'SeMA Collection: 정교한 손' 28일까지

예술 작품을 만드는 손의 움직임은 다양하다. 어떤 손은 붓을 움직이고, 또 다른 손은 흙을 빚는다. 예술가의 손은 저마다 다른 노동을 통해 자신의 일을 수행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작품으로 세상에 감동을 준다.


예술가의 ‘손’과 공공 미술관에 소장된 ‘손이 만들어낸 작품’에 주목하는 특별한 기획 전시가 서울 관악구 ‘관천로 문화플랫폼 1472’에서 열린다. 서울시립미술관과 관악문화재단은 28일까지 기획 전시 ‘정교한 손’을 개최한다고 10일 밝혔다. 서울시립미술관은 다양한 지역의 시민과 소통해 서울시의 미술문화 활성화에 기여하기 위해 자치구 협력전시, SeMA 컬렉션 라운지 등 미술관의 소장품을 활용하는 미술소통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이 중 ‘서울시립미술관 자치구 협력전시’는 미술관의 소장작품을 자치구 내 공간에 전시해 다양한 시민들에게 일상 가까이에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번 ‘정교한 손’ 기획전시에서는 서울시립미술관의 소장작 중 반복적인 손의 흔적이 화면 안에 나타난 작품이 소개된다. 공예, 한국화, 회화 부문의 소장품 총 10점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에는 공성환, 김은진, 유승호, 이곤, 이지수, 이현호, 정정엽 등 7명의 작가가 참가했다.



유승호, ‘야-호’. 사진제공=서울시립미술관

정정엽, ‘씨앗얼굴5’. 사진제공=서울시립미술관

공성환, ‘물에서1’ 사진제공=서울시립미술관


전시작 중 동양화의 풍경 산수를 연상케하는 유승호의 ‘야-호’는 이번 전시 의도가 잘 드러나는 작품이다. 작가는 오랫동안 의성어, 의태어 등 의미 없는 단어로 이뤄진 ‘흉내내는 말’에 관심을 갖고 작품을 표현해 왔다. 그 중 ‘야-호’는 종이에 먹을 사용해 화면 위에 ‘야호’라는 의성어를 반복적으로 채우는 방식으로 제작됐다. 이 작품에서 문자는 시각 이미지를 구현하는 조형 요소 중 하나가 되어, 하나의 유희적인 산수화를 구성한다.


정정엽은 여성으로서의 삶과 예술을 한데 엮어내며, 여러 창작 소그룹 활동을 통해 조직적인 미술 운동을 주도해 온 미술 운동가다. 그의 작품 ‘씨앗얼굴’ 시리즈는 곡식을 한 알씩 그려낸 수공적 작업의 작품이다. 작가에게 곡식은 날 것이며 스스로가 씨앗이자 열매로서 생명과 자연의 섭리다. 그는 작업을 통해 작은 곡식 알갱이를 통해 일상의 단면이 소중한 의미로 탈바꿈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공성환의 ‘물에서’ 시리즈는 실제 바다의 물결을 사진으로 찍어낸 듯한 솜씨로 극사실주의 회화의 진수를 보여준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