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시설법 시행령 개정돼 파크골프장 급증, 민간 투자 증가한다고?…팩트체크해보니

“파크골프장도 체육시설”…체육시설법 시행령 개정안 공포
업계 “구장 급증, 민간투자 확대” 기대하나 정부 “시행령 잘못 해석한 것”
“그린벨트 조성 가능하지만 공공 등이 주체여야, 환경당국 규제도 여전”

최근 파크골프장을 체육시설의 한 종류로 포함하는 내용이 담긴 ‘체육시설법 시행령 개정안’이 공포되면서 만성적인 구장 부족 현상이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파크골프 동호인 사이에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일부 언론은 민간의 투자 증가로 사설 파크골프장 조성 ‘붐’이 일 것이라는 장밋 전망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는 개정된 시행령을 제대로 살펴보지 않아 발생한 ‘오해’로 보인다. 실제로는 단기간에 구장이 확충되거나 민간 투자 활성화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 파크골프장에서 동호인들이 경기를 즐기고 있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음.) 어깨동무DB

10일 어깨동무파크골프의 취재를 종합하면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체육시설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이 지난달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공포됐다. 이 시행령은 파크골프장과 풋살장을 체육시설로 새롭게 분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존에는 골프장, 골프연습장, 게이트볼장, 농구장, 배구장, 배드민턴장 등 46종만 체육시설로 인정해왔다. 이들 체육시설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에도 설치가 가능하다.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12조에 따르면 개발제한구역에서는 건축물의 건축 및 용도변경, 공작물의 설치 등을 할 수 없지만 공원이나 녹지, 실외체육시설, 노인 여가활동을 위해 지자체장이 설치하는 소규모 실내체육시설은 설치가 허용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파크골프장은 ‘정식’ 체육시설이 아니어서 개발제한구역에 설치할 수 없었지만, 이번 체육시설법 시행령 개정으로 파크골프장도 개발제한구역에 들어설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를 근거로 파크골프 업계는 “구장이 대거 조성될 길이 열렸다”고 반기는 것이다. 파크골프장을 조성할 넓은 부지가 부족한 서울 등 수도권의 경우 개발제한구역을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에만 전체 면적의 약 24.6%가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있다.


하지만 개발제한구역에 민간이 조성하는 파크골프장이 당장 들어서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개발제한구역에 파크골프장과 같은 실외체육시설을 설치할 수 있는 주체는 공공(국가, 지자체, 공공기관 등)이나 마을공동 또는 개발제한구역 지정 당시부터 있던 거주자여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투자 차원에서 민간이 구장을 짓기 어려운 구조는 여전하다.


하천변 파크골프장 조성 역시 이전과 마찬가지로 쉽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하천이나 지방하천에 구장을 조성하려면 여전히 한강유역환경청 등 환경부의 하천관리기관으로부터 하천점용허가를 받아야만 하기 때문이다. 경기 하남시의 경우 수년째 한강둔치에 파크골프장 조성을 추진하고 있지만 환경당국이 안전, 환경파괴, 홍수피해 등을 우려해 하천점용허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그동안 명확한 기준이 없어 해석의 영역에 맡겨왔던 파크골프장을 체육시설로 인정한 것이 시행령 개정의 의의”라며 “하천변 등에 조성하려면 여전히 환경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만큼 시행령 개정이 구장 급증으로 이어지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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