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원회가 2015년부터 두 차례에 걸쳐 역주행 교통사고 실태 조사를 벌였지만 ‘시청역 사고’가 발생했던 도로는 개선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10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권익위는 2015년, 2019년 두 차례에 걸친 실태 조사를 통해 역주행 취약 지점을 선정하고 각 도로 관리 기관에 시설물 개선 이행을 요구했다. 순서대로 각각 64곳, 30곳을 선정했는데 1일 역주행 사고로 9명이 사망한 서울 중구 세종대로18길은 두 차례 모두 목록에 오르지 못했다. 두 차례 조사에서 권익위는 노면·안전표시 여부 등을 중점적으로 살펴봤다. 해당 도로에는 관련 미비점은 없었던 만큼 개선 대상에서 배제됐던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평소에도 역주행이 잦았던 곳인 만큼 일각에서는 개선 작업이 이뤄졌더라면 사고 예방에 기여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뒤늦은 지적도 나온다. 실제 권익위의 2015년 조사 이후 개선이 이뤄진 64곳에서는 두 번째 조사가 이뤄졌던 2019년까지 역주행 사고가 나지 않아 개선 작업의 효과가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권익위는 2014년부터 경찰청·도로교통공단 등과 주기적으로 교통안전 기획 조사를 시행해왔다. 올해는 3월부터 세종경찰청 등과 함께 세종시 관내 교통안전시설 종합 점검 기획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권익위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이번 사고로 문제가 된 일방통행 도로·역주행 취약 지점과 관련해 조사를 벌일 계획은 없다”며 “우선 11월까지 예정된 기획 조사를 마무리한 뒤 교통안전 저해 요소들을 개선할 수 있는 표준 모델을 도출해 전국으로 확산시킬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시청역 사고 현장에 대해서는 권익위와 별개로 서울시가 개조를 앞두고 있다. 서울경찰청과 합동으로 사고 현장 일방통행(진입 금지)과 관련해 교통안전시설물 개선 등 안전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한편 이날 경찰은 피의자 차모(68)씨가 입원해 있는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 방문해 2차 조사를 진행했다. 오후 2시 48분께 병원에 도착한 수사관 2명은 ‘오늘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조사할 예정인가’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별도로 답하지 않고 병동으로 향했다. 조사관들은 조사 시작 4시간 25분여 만인 이날 오후 7시 12분께 병원을 나섰다. 조사관들은 ‘어떤 조사를 했냐’, ‘급발진 주장은 번복하지 않느냐’는 등의 취재진의 질문에 침묵을 유지한 채 자리를 떴다. 이날 조사에서 차 씨는 자신이 주장하던 기존 입장을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차 씨와 차 씨의 변호인과 협의해 추후 후속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