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구조 알아야 적정 마진 책정…끈질긴 근성도 필수"

[이사람]나기정 탭샵바 대표
■ '와인사업가'로 성공하려면
와인 박리다매로 마진 20~25% 수준
식음료 업장서 70% 이상 수익 남겨
대중화 위해 세금 종량세로 바꿔야

나기정 탭샵바 대표가 설명을 하고 있다. 이호재 기자

일요일 오후 2시. 3040세대로 보이는 부부가 나란히 앉아 있는데 남편은 노트북을 켜놓고 부인은 옆에서 뜨개질을 하고 있다. 특이한 점은 테이블 위에 놓인 와인 두 잔이다. 여느 카페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광경이 펼쳐지는 이곳은 와인숍과 와인바가 결합된 탭샵바다. 나기정 탭샵바 대표는 “아직도 그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며 “와인이 일상에 녹아든, 내가 원했던 바로 그 모습”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홈술족’이 늘어난 데다 편의점에서도 와인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돼 와인을 마시는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한국주류수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와인 수입 규모는 7000억 원을 훌쩍 넘겼다.


와인 애호가가 늘며 와인바나 와인숍 창업도 급속도로 늘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1년 새 로드 와인숍은 300여 곳에서 500여 곳으로 증가했다. 와인숍과 같은 유통업은 누구나 뛰어들 수 있어 진입장벽이 낮은 것이 특징이다. 와인바는 가성비 매장과 고급 매장으로 양분화하는 추세다. 신규 점포가 증가하는 만큼 폐업 점포도 늘고 있다. 마진이 너무 높은 곳은 고객들이 발길을 끊고 마진율이 낮은 곳은 수익을 내지 못해 문을 닫는 양상이다.


탭샵바는 다이소의 박리다매 모델에 착안해 와인숍에서는 마진을 20~25% 수준으로 책정한다. 대신 식음료(F&B) 업장에서 70% 이상 수익을 남긴다. 이를 위해 메뉴를 끊임없이 개발하고 리밸런싱을 진행한다. 지난주 탭샵바는 한 차례 메뉴 조정을 진행했고 기존에 있던 메뉴 22개 중 2개를 라인업에서 제외하고 대중적인 메뉴 10개를 추가해 30개까지 늘렸다.


이를 통해 탭샵바는 와인의 대중화를 꿈꾼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저렴한 와인을 즐겨 찾게 하겠다는 것이다. 나 대표는 이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와인에 책정되는 종가제를 종량제로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종가세는 과세 대상인 술 가격을 기준으로 부과하는 세금이고 종량세는 술의 양에 따라 매기는 세금이다. 현재 국내는 주정, 탁주(막걸리), 맥주에만 종량세를 채택하고 있다. 와인은 출고가가 높을수록 많은 세금이 매겨져 가격이 비싸진다.


현재 국내에 수입되는 와인에 부과되는 세금은 운임보험료 포함 가격을 기준으로 관세(15%), 주세(30%), 교육세(10%) 등이 추가로 부과된다. 보관과 국내 운송 등을 맡는 수입회사의 마진율은 30~60%, 도·소매상 마진율은 10~20% 정도다.


나 대표는 “세금 체계가 종량세로 바뀔 경우 고객들이 가장 즐겨 찾는 5만~8만 원대 와인의 질이 높아지며 시장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책정되는 세금부터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와인 사업가로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유통에 대한 깊은 이해와 끈질긴 근성도 필요하다”며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시장을 깊게 파고들다 보면 반드시 성공할 타이밍이 온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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