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내년 2월까지 유급 안 시킨다…3학기제 허용, 등록금 추가부담 없어

[의대 학사 탄력 운영 가이드라인]
학년제로 전환해 유급기준 조정
수업일수 단축·원격수업 등 허용
내년 국가시험 추가도 적극 검토
의료계 여전히 '증원 철회' 요구
정부 유화책 효과 거둘지 미지수

교육부가 의대생들의 유급 방지 대책을 발표한 10일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의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의대생 유급 판단 시기를 학기 말에서 학년 말로 조정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수업 결손을 보충하기 위해 추가로 개설된 수업을 추가 비용 없이 들을 수 있도록 한다. 의사 국가시험의 추가 실시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정부가 특혜 논란에도 불구하고 전공의에 대해 행정처분을 내리지 않겠다고 발표한 지 하루 만에 의대생 유급 방지 대책까지 내놓으며 의료 인력 복귀에 안간힘을 쓰는 모양새다. 다만 의료계가 여전히 의대 정원 증원 철회를 복귀 조건으로 내걸고 있는 만큼 실제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교육부는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학년제 전환을 주요 골자로 하는 ‘의대 학사 탄력 운영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각 대학은 학기제 대신 학년제로 전환해 운영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각 대학의 성적 처리 기한은 1학기 말이 아닌 올해 학년도 말인 내년 2월 말로 연기돼 의대생들의 유급 판단 시기도 내년 2월 말로 미뤄진다.


의대생들의 학습 결손을 보충하기 위해 2024학년도 하반기를 2개 학기로 나눠 올해 학년도 내에 총 3학기제로 운영할 수도 있다. 이 기간에 각 대학은 그간 학생들이 수강하지 못한 과목을 야간·원격수업, 주말수업까지 활용해 개설할 수 있다. 학생들이 이를 통해 과목을 이수하면 유급을 면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교육부는 새로운 학기를 개설·운영하는 경우 수업에 복귀하는 학생들에게 추가 등록금 부담이 없도록 하는 방향으로 운영하라고 권고했다. 학교별 여건에 따라 ‘I학점 제도’도 도입한다. I학점 제도는 성적평가가 완료되지 않은 해당 과목 성적을 ‘미완(I)의 학점’으로 두고 정해진 기간에 미비한 내용을 보완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탄력적인 학사 운영을 위해 필요시 전면 원격수업도 가능하게 하고 출결 관리도 최대한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럼에도 수업일수를 채우기 빠듯한 경우 현재 고등교육법 시행령상 ‘매 학년도 30주 이상’으로 규정된 수업일수를 매 학년도 2주 이내 범위에서 감축 운영을 허용할 방침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의과대학 학사 탄력 운영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학칙상 휴학이 불가능한 의예과 1학년 학생들의 유급 방지 대책은 물론 1학년 학생들의 대량 유급 사태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내년도 신입생에게 수강 신청 우선권 부여와 같은 신입생 학습권 보호 대책도 마련하라고 각 대학에 권고했다.


의대 본과 4학년을 위해서는 올해 2학기에 실습수업을 최대한 보충·운영하도록 하고 2학기 보완이 어려운 일부 실습 과정은 계절학기에 수강할 수 있도록 추진한다. 정부 차원에서 2025년 의사 국가시험의 추가 실시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이 밖에 교육부는 학사 일정 변경 등을 고려해 수업에 복귀하는 학생들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국가장학금 신청 기간 추가 연장 등 조치도 준비한다.


각 대학은 이번에 발표된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의대 학사 운영 변경 사항을 학생들에게 개별 안내해야 한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강제·의무 사항이 아니라 권고 사항이다. 각 대학이 상황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선택하면 된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더 이상 소중한 시간을 지체하지 말고 우리 의료계를 이끌어나갈 주역으로서 학업에 복귀하는 책임 있는 결정을 내려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정부의 의료 인력 복귀 카드에 대해 의료계는 실효성이 없는 대책이라는 입장이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이날 제18차 성명을 통해 “정부의 전공의 대상 행정처분 철회와 수련 특례 방침으로는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을 것이고 현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라며 “근거 없는 의대 정원 증원 정책을 철회하는 것이 사태 해결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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