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이 미국 함정 유지보수(MRO) 입찰에 참여하기 위한 자격을 획득했다. 특수선 분야 라이벌인 한화오션도 곧 합류할 것으로 예상되며 K-조선의 연 20조 원 규모 미국 MRO 시장 진출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HD현대중공업은 최근 미국 해군보급체계사령부와 함정정비협약(MSRA)을 국내 최초로 체결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번 협약에 따라 HD현대중공업은 향후 5년 간 미국 해상 수송사령부 소속의 지원함 뿐 아니라 미 해군이 운용하고 있는 전투함에 대한 MRO 사업 입찰 참여 자격을 확보하게 됐다.
MSRA는 미 함정의 MRO를 위해 미국 정부가 민간 조선소와 맺는 협약이다. 미국이 운용하는 함정에 대한 MRO사업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MSRA를 사전에 체결해야 한다. HD현대중공업은 이번 협약 체결을 위해 지난해 5월 MSRA를 신청한 이후 올해 1월 시설 및 품질 실사를 완료했다. 3월과 5월에는 각각 보안 실사와 재무 실사까지 마친 바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이번에 미국 정부와 맺은 MSRA를 계기로 연간 20조 원 규모의 미 해군 함정 MRO 시장에 본격 진출할 수 있게 됐다. 나아가 이미 서비스를 공급하고 있는 필리핀 함정의 MRO 실적을 바탕으로 아시아·남미 등 권역별 MRO 시장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또한 미 해군 함정 MRO의 성공적 수행을 통해 지속적으로 미국 군 당국의 신뢰를 구축해나가 향후 미 정부가 발주하는 함정·특수목적선·관공선 등 신조 사업으로도 외연을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2월 HD현대중공업은 울산 본사를 방문한 미국 해군성 카를로스 델 토로 장관에 함정 사업 현황과 기술력을 설명하고 협력 강화 방안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주원호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대표는 “그동안 총 18척의 해외 수출 함정을 건조한 독보적인 기술력과 필리핀에서 축적한 MRO 사업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미국 함정 MRO 시장에 연착륙함으로써 K-함정 수출의 지평을 더욱 넓혀 나가겠다”고 말했다.
국내 조선사들이 미 해군으로부터 국내 수상함과 잠수함의 기술력과 납기 능력 등을 인정받고 있는 데다 조선 인프라가 취약한 미국 현지 사정과도 맞물려 K-조선의 MRO 사업 진출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오션도 지난 4월 말 MSRA를 신청하고 거제 사업장의 야드 실사까지 마쳤다. 최근에는 한화시스템과 함께 미국 필라델피아의 필리조선소 지분 100%를 1억 달러(약 1380억 원)에 사들이기도 했다. 국내 기업으로선 첫 미국 조선소 인수로 업계에서는 미국 MRO 시장 진출을 위한 포석으로 보고 있다.
카를로스 델 토로 미국 해군성 장관 역시 성명서를 통해 “한화의 필리조선소 인수는 우리의 새로운 해양치국의 판도를 뒤집는 중요한 사건(game changing milestone)”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