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고생했다. 이제 손잡자"…토스뱅크가 '이 은행' 찾아간 이유는?

◆광주은행·토뱅 공동대출 협약
지방은행, 혁신 힘입어 고객몰이
점포비용 아끼고 新성장동력 얻어
인뱅도 영업망 넓혀 여신경쟁력↑
금융권 '윈윈' 전략 확산될지 주목



토스뱅크와 광주은행이 은행 가운데서는 처음으로 공동 대출 상품을 출시한다. 기존 금융사의 경계를 넘어선 ‘합종연횡’이 은행권으로 확산할지 관심이 쏠린다. 지방을 넘어 전국으로 서비스를 확대하고 전통적인 영업망을 확보해야 하는 것은 각각 지방은행과 핀테크 업계의 공통적인 생존 과제이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토스뱅크와 광주은행의 협력이 금융권 전반의 융합 속도를 더욱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토스뱅크와 광주은행이 3분기 선보일 공동 대출 상품은 두 은행이 부수 업무가 아닌 대출이라는 핵심 사업에서 협력한 첫 사례다. 공동 대출은 두 은행이 자금 조달과 대출 심사를 함께 진행해 대출을 내주는 서비스로, 고객이 토스뱅크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대출을 신청하면 토스뱅크와 광주은행이 각각 심사를 진행해 대출 한도와 금리를 공동으로 결정한다.


시중은행에 비해 영향력이 약한 지방은행과 인터넷은행의 이익이 맞아떨어졌기에 가능한 협력 모델이라는 분석이다. 토스뱅크로서는 영업망 확보가 가능해진다. 여신 사업의 확대 역시 광주은행과의 협력으로 얻는 이익이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여신과 수신의 불균형으로 여신 확대가 절실한 토스뱅크에 광주은행이 광주와 전남 지역에서 다져온 두터운 고객층은 매력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토스뱅크의 올 1분기 기준 여신 규모는 13조 8522억 원으로 수신 규모(28조 3118억 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자본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인터넷은행이 독자적인 대출 상품을 운영해 대출 자산 규모를 늘리기에는 한계가 있는데, 공동 대출로 신용대출을 제공한다면 광주은행의 탄탄한 자본력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계산도 있다. 올 1분기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광주은행의 자본은 2조 900억 원, 토스뱅크는 1조 6000억 원으로 5000억 원가량 차이가 난다. 신용대출의 경우 BIS 비율 산정 시 위험 가중치가 담보대출에 비해 높아 토스뱅크가 마음껏 신용대출을 늘리기는 어렵다.


광주은행 입장에서는 지역에 국한된 한계를 넘어 신성장 동력을 발굴할 기회다. 지방은행은 지역 중심의 여신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어 성장에 한계가 있다. 토스뱅크와의 협력은 인터넷은행의 플랫폼과 고객층을 토대로 전국으로 영업망을 넓히는 결과로 이어진다. 토스뱅크의 금융 및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한 신용평가 모형을 바탕으로 대출 상품을 취급하는 것 역시 가능하다.


2015년부터 수도권 지역에 점포를 개설하며 거점 확대에 나선 광주은행 입장에서는 무리하게 점포를 늘리지 않아도 되는 이점이 있다. 점포 운영·유지 비용을 아끼는 부수 효과도 있다.


금융권은 이번 협력이 잠재적 경쟁자와도 기꺼이 손을 잡는 파격적인 전략이 확산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협력 모델은 지방은행·핀테크로 국한되지 않는다. 시중은행도 협력에 나설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 신한은행은 카카오뱅크의 외환 서비스 ‘달러박스’ 이용 고객이 통장 내 달러를 신한은행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 5곳에서 무료로 출금할 수 있게 했다. 지난해 인천국제공항 1사업권 획득에 실패해 공항 내 영업점과 환전소를 모두 철수한 신한은행과 점포와 ATM이 없는 카카오뱅크가 서로 모자라는 부분을 채운 셈이다. 오정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향후 여·수신 등 금융업의 노른자 영역에서도 금융사의 협업이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한다”며 “점포 기반에서 비대면 모바일 기반으로 금융의 구심점이 이동하는 데 따른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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