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맞교환에 학을 떼는데 또”…11번가 꿈꿨던 오아시스 해프닝 [황정원의 Why Signal]

자금 넉넉하지 않은 오아시스, 주식 스왑 인수 제안에
8개월 전 큐텐과도 같은 이유로 결렬, 매각측 "관심 없다"
국민연금 등 출자자 손실 모면하려면 5500억 이상 돼야
고강도 긴축 작업, 경쟁 격화 속 새주인 찾기 시간 걸릴 듯

오아시스마켓 본사 전경. 사진 제공=오아시스

신선식품 새벽배송 전문기업 오아시스가 지분 맞교환 방식을 통해 종합 온라인 쇼핑몰 11번가 인수 의지를 밝혔으나 해프닝으로 끝났다.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오아시스는 최근 11번가 매각을 주도하는 나일홀딩스컨소시엄(국민연금·H&Q코리아파트너스·MG새마을금고)에 인수 의향을 전달했다. 자금 사정이 넉넉하지 못한 탓에 지분 맞교환 형태로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측 관계자는 “오아시스가 관심을 보인 건 맞지만 주식 교환 등의 아이디어를 기업공개(IPO) 주관사인 NH투자증권을 통해 전해왔는데 우리가 관심이 없다고 잘랐다”고 말했다.


사실 매각측이 지분 맞교환 방식에 학을 떼는 건 지난해 10월 싱가포르 기반의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 큐텐과도 같은 형태로 제안해 협상이 결렬됐기 때문이다. 매각측은 그 이후 자본금을 투입하지 않고 경영권을 가져오려는 지분 맞교환 형태는 거들떠 보지 않고 있다. 특히 오아시스, 11번가의 밸류에이션에 따른 눈높이도 차이가 클 수 밖에 없다.


11번가의 매각 주관사는 삼정KPMG와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이다. 11번가 최대주주인 SK스퀘어가 지난해 말 18.18% 지분에 대한 콜옵션을 포기하면서 컨소시엄이 통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매각측은 손실을 모면하기 위해 국민연금(4500억 원)과 새마을금고(500억 원)가 출자한 5500억 원 이상의 매각가를 희망하고 있다. SK스퀘어는 현실적으로 회수가 불가능해 보인다.



사진 설명

오아시스는 김영준 의장이 11번가 인수에 상당한 의욕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코스닥 상장을 추진했다가 철회한 만큼 11번가를 품에 안으면 몸값을 키워 IPO에 성공할 수 있다고 봤다. 지난해 기업가치 평가액은 약 7000억 원으로 오아시스가 생각한 1조 원대에 미치지 못했다.


다만 올 1분기 기준 오아시스의 현금성 자산은 1273억 원에 그친다. 이 때문에 자사 주식 일부와 물류 관계사인 루트의 신주를 11번가 지분 100%와 맞바꾸자고 제안했다.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이 IPO 이후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고려해 지분 맞교환 방식도 괜찮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해졌으나 실제 매각측과 커뮤니케이션은 전혀 없었던 걸로 확인됐다.


지난해 기준 11번가와 오아시스의 매출액은 각각 8655억 원, 4754억 원이다. 오아시스가 11번가를 사면 연 매출이 1조 원을 훌쩍 넘는다. 특히 신선식품을 넘어 컬리가 성장하는 바와 같이 종합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도약이 가능하다.


11번가 매각 작업은 다소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매각측은 여러 전략적 투자자(SI)에 티저레터를 전달했으나 이커머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선뜻 나서는 곳은 없다. 그 사이 11번가는 희망퇴직을 받는 등 고강도 긴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올 1분기 영업손실은 195억 원으로 전년동기대비 38.7% 감소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