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동 SH사장 "반지하 나도 살아봤다…소멸 위해 정부가 지원 확대해야"

서울 관악구 반지하 주택 방문해 제도 개선 촉구
SH공사, 2021년부터 2718호 반지하 주택 매입
호당 5800만 원 공사 부담…"재무 건전성 악화"

김헌동 SH공사 사장이 12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 주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태영 기자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반지하 주택 소멸을 위해 정부의 국비 지원이 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2020년 기준 전국 반지하 주택은 32만 7320가구인데 이 중 서울에 61.4%(20만 849가구)가 몰려 있어 서울시와 SH공사의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김헌동 SH공사 사장은 12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위치한 반지하 주택을 둘러보며 “나도 신혼 때 반지하 주택에서 살았고 수해 피해도 입었기 때문에 정부의 반지하 주택 멸실 정책에 적극 부응해야 한다는 주의”라고 말했다. 이어 “서울이 세계 5위 도시를 지향하고 있는 만큼 반지하 거주민들의 주거 상향이 필요하다”며 “하지만 예산의 한계가 커 정부가 더 많은 지원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지하는 원래 방공호 용도로 조성됐지만 1970~1980년대 서울 인구가 급성장하면서 주거용 임대가 용인됐다. 2022년 반지하 주택 침수 피해를 계기로 지난해 12월 건축법이 개정돼 현재는 반지하주택 신축이 원칙적으로 불가능한 상태다.


SH공사는 2021년부터 지난달까지 침수 위험이 높은 반지하 주택 총 2718호를 매입했다. 매입한 반지하 주택은 대부분 지상·지하가 구분 등기되지 않는 다가구로 지하 세대 587호, 지상 세대 2131호다. 원래 다세대 주택은 반지하 세대를 단독 매입할 수 없었으나 SH공사가 국토교통부에 제도 개선을 건의해 반지하 세대 단독 매입이 가능해졌다. 이 밖에도 SH공사는 공사가 소유한 반지하 주택 거주민들의 지상층 이주도 지원하는 등 반지하 주택 소멸에 적극 나서고 있다.



SH공사가 매입한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반지하주택 복도. 사진=김태영 기자

문제는 비용이다. 2718호를 매입하는 데 들어간 비용은 총 8110억 6400만 원으로, 호당 평균 2억 9800만 원이 소요됐다. 호당 평균 국비 지원액은 1억 8200만 원으로 나머지 1억 1600만 원은 시와 SH공사가 반씩 부담했다. SH공사가 호당 5800만 원을 부담하고 있는 셈이다.


더군다나 정부에게 지원받은 매입임대 보조금은 반지하 주택을 활용하기 위해 철거할 경우 도로 정부에 반납해야 한다. 매입임대 보증금은 공사 부채로 계상돼 재무 건전성을 악화시킨다는 것이 SH공사의 주장이다. 이에 SH공사는 정부에 매입임대 보조금 반납 제도 폐지, 반지하 매입 예산 전액 국비 지원을 요청할 계획이다.


아울러 SH공사는 올해도 반지하 주택을 적극 매입할 예정이다. 올해 매입 목표는 2351호로 지난달까지 638호를 매입했다. 매입한 반지하 주택은 주로 창고나 주민 커뮤니티 시설로 쓴다. 이날 김 사장이 방문한 관악구는 양수기, 배수 펌프, 우비, 장화 등을 보관하는 ‘동네 수방 거점’으로 매입 반지하 주택을 활용하고 있다.



SH공사가 매입한 서울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주택. 현재 관악구는 이 곳을 동네 수방 거점으로 활용하며 각종 침수 방지 용품들을 보관하고 있다. 사진=김태영 기자

김 사장은 "정부와 서울시의 '반지하 점진적 소멸' 방침에 따라 반지하 주택을 지속 매입하는 한편 매입 확대를 위한 제도 개선을 적극 건의할 것"이라며 "주거 상향과 재해예방시설 설치 등을 통해 반지하 주민의 안전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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