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 시간) 1시간여에 걸친 기자회견에서 말실수를 하기는 했지만 지난달 TV 토론처럼 최악의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았다.
그는 “내가 시작한 일을 끝내야 한다”며 대선을 완주하겠다는 뜻을 다시 한 번 명확히 밝히며 신경 검사가 필요하다면 받겠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강한 의지와 민주당 안팎의 사퇴 요구가 팽팽히 맞서고 있는 양상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단독 기자회견에서 “난 내가 대통령으로 출마하기에 최적임자라고 생각한다”며 “난 그(트럼프)를 한 번 이겼고 다시 이길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지는 질문에도 “난 계속 뛰기로 결심했다”면서 지지자들이 갖고 있는 “두려움을 가라앉히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대선 후보가 돼 트럼프 전 대통령을 상대할 경우 승산을 우려하느냐’는 질문에 “그녀가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면 부통령으로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그는 답변하는 과정에서 해리스 부통령을 “트럼프 부통령”이라고 부르는 실수를 했다. 기자회견 직전 우크라이나 지원 협약 행사에서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마이크를 넘기면서 “신사·숙녀 여러분, 푸틴 대통령입니다”라고 말해 기자단 사이에서 탄식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미 정치권과 언론들은 일제히 ‘말실수’에 주목했으나 바이든 대통령은 비교적 이를 잘 무마하는 모습이었다. 그는 기자회견 후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을 혼동한 것과 관련해 자신의 X(옛 트위터)에 “나는 그 차이를 안다. 한 명은 검사이고 다른 한 명은 범죄자다”라고 썼다. 자신의 고령에 대한 논란을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공격으로 전환한 것이다.
자신의 주특기인 외교 문제를 말할 때는 자신감도 묻어났다. 바이든 대통령은 ‘2~3년 뒤에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상대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난 지금 그들을 상대할 준비가 됐고 3년 뒤에도 그렇다”면서 “시 주석과 직접 연락 수단(direct contact)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또 고령 논란을 가라앉히기 위해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에는 지난 세 차례 신경 검사에서 아무 이상이 없었고 의사가 필요하다고 하면 또 검사를 받겠다고 했다.
미 주요 언론들은 이번 기자회견이 최악은 아니었지만 분위기를 반전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바이든의 기자회견은 그의 추락을 기대했던 반대 세력들에게 만족감을 주지는 않았지만 재선 경쟁을 그만두라는 당내의 아우성을 잠재우기에도 부족했다”고 짚었다.
기자회견 직후에도 스콧 피터스(캘리포니아)·에릭 소런슨(일리노이) 하원의원 등이 공개적으로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직 사퇴를 요구했다. 민주당 내에서 이날까지 17명의 하원의원과 1명의 상원의원이 바이든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다.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당 소속 213명 하원의원 전체를 대상으로 바이든 대통령이 당 대선 후보로 남아야 하는지 의견을 물어보겠다고 밝혔다. 제프리스 원내대표는 “모든 사람의 목소리를 명확하게 전달하기 위한 프로세스”라며 의견 수렴 후 지도부를 소집해 단계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의 한 후원자는 “바이든 대통령이 하룻밤 아드레날린이 꽉 차 있다 하더라도 4개월 동안 이를 유지할 수는 없다”며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