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與 ‘김여사 문자’ 이어 막말 비방전, 이러니 ‘자폭 전대’ 소리 나온다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 당 대표 경선에 나선 후보들의 막말 비방전이 도를 넘었다. 원희룡 후보와 한동훈 후보 간 진흙탕 싸움은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의 난투극으로 흐르고 있다. 원 후보는 11일 한 후보를 겨냥해 “사천(私薦) 의혹, 사설 여론조성팀 의혹, 김경율 금융감독원장 추천 의혹 세 가지 중 하나라도 사실이면 (후보직에서) 사퇴하겠느냐”면서 “거짓말부터 배운 초보 정치인”이라고 비난했다. 그러자 한 후보도 “마치 노상 방뇨하듯이 오물 뿌리고 도망가는 거짓 마타도어 구태 정치”라고 역공을 가했다. 원 후보가 “운동권에서 전향한 좌파들과 (당 접수의)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이냐”고 공격했다. 이에 한 후보는 “색깔론을 들이대느냐”며 “원 후보야말로 운동권 출신 아니냐”고 맞받았다.


경제·민생과 미래를 위한 비전 경쟁은 찾아볼 수 없고 근거 없는 인신공격과 감정 섞인 설전만 난무하니 당 안팎에서 ‘자폭 전대’라는 지적까지 나오는 것이다. 당내 일부 의원은 “우리끼리 싸우면 공멸뿐”이라고 우려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회는 12일 한·원 후보에게 ‘주의 및 시정명령’을 담은 제재 공문을 발송했다. 전날 밤 TV 토론에서 두 후보가 공정 경쟁 의무를 규정한 당규 등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배신자’ 및 ‘김건희 여사 문자 무시’ 논란에 이은 후보들의 막말 공방은 여당을 자멸의 길로 내몰고 있다. 이런 가운데 친윤(親尹) 성향의 장예찬 전 청년최고위원은 한 후보를 집중 공격하고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한 후보를 비호하는 등 당내 싸움이 당 외곽으로 번지고 있다. 4·10 총선에서 불과 108석을 얻어 참패한 집권당이 국민의 신뢰를 얻으려면 낮은 자세로 반성하고 전면 쇄신에 나서야 한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대표 경선 과정에서 자해 수준의 집안싸움을 벌이면서 역주행하고 있다. 당내 의원들마저 분열된다면 대통령 탄핵과 개헌 저지선까지 무너져 거대 야당의 탄핵 강행 및 입법 폭주 시도를 막을 수 없게 되고 국정은 대혼란에 빠질 수 있다. 당 대표 후보들은 ‘공멸’을 재촉하는 이전투구를 즉각 멈추고 ‘정책·비전 전대’로 방향을 바꿔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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