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우볼 굴러가요”…빚 내서 빚 갚는 자영업자들 '몸살'

'빚 내 빚 갚는' 자영업
정책자금 갚을 여력 없어
다른 대출로 상환 악순환
정부는 또 기한연장 카드
전문가 "연쇄부실 키울것"


올 상반기 주요 시중은행들의 개인사업자 대출이 반년 새 5조 원가량 불어났다. 지난해 9월 자영업자·소상공인 대출 상환 유예 조치가 종료되자 원금 상환을 위해 재차 빚을 내는 사례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가 최근 또다시 소상공인의 정책자금 대출 상환을 연장하기로 했지만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결국 ‘빚내서 빚 갚기’의 악순환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상반기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324조 7159억 원으로 지난해 말에 비해 6개월 만에 5조 2223억 원 늘었다. 지난해 상반기에 전년 말 대비 1조 2838억 원이 늘어났던 것에 비해 증가 폭이 네 배나 크다. 전체 대출 금액도 지난해 상반기 315조 3676억 원에서 1년 만에 9조 3483억 원(2.87%) 증가했다.


또 올 2분기 말 기준 5대 시중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 금액도 1조 5114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조 1099억 원)보다 36%나 늘었다.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 금액은 지난해 3분기 1조 2115억 원, 4분기 1조 2783억 원, 올 1분기 1조 3569억 원으로 지속해서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대출 상환 유예 조치가 종료되며 원리금을 갚아야 하는 자영업자들이 은행 대출을 받았지만 또다시 연체로 이어진 것이다. 코로나19에 따른 만기 연장, 상환 유예 5차 연장 조치가 끝나자 지난해 10월부터 1만 1000명의 상환 유예 차주는 5조 2000억 원 규모의 대출 원리금을 갚기 시작했다. 금융 당국은 소상공인의 급격한 상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유예됐던 원금과 이자를 최대 5년간 나눠 갚을 수 있도록 했지만 당장 상환 여력이 없는 자영업자들이 은행 대출로 정책자금 대출을 갚으려는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정책자금 대출 지원이 많아 은행의 담보대출에 대한 수요가 상대적으로 적었다”면서 “하지만 지난해 정부의 소상공인 대상 원리금 상환 유예 지원이 끝나자 은행의 담보대출을 이용하는 자영업자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리금 상환 유예는 원리금을 탕감해주는 게 아니기 때문에 그 대출을 갚기 위해 최후의 보루인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다시 받아야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최근 정부가 소상공인 비용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방안으로 또다시 정책자금 상환 연장 카드를 꺼냈다는 것이다. 정부가 이달 3일 발표한 25조 원 규모의 ‘소상공인 종합 대책’에는 정책자금 상환 연장, 전환 보증, 대환대출 등의 내용이 담겼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대출 연체와 폐업 규모가 모두 크게 늘자 채무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대출 상환 연장 방식의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 지원은 향후 이들의 연쇄 부실 우려를 더욱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환을 연기한다고 해서 경기가 나아진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새출발기금, 신용 사면 등 시혜적 조치들은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뿐 아니라 정확한 신용평가를 어렵게 해 시장 질서를 무너뜨린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신석하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수출에 비해 내수 회복세가 더딘 까닭에 불경기가 장기화될 수 있고 소상공인들이 잘 버틸 수 있을지도 예단하기 어렵다”며 “빚이 또 다른 빚을 부르는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는 선별적인 지원 및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심층적 연구를 통해 건전성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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