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첫 토론 이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향해 후보직 자진 사퇴 요구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많은 경제학자들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 재입성에 성공할 경우 인플레이션이 더 심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관세를 부과해 무역 장벽을 높이고 반(反)이민 기조를 강화하는 정책은 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학계, 월가 등 전문가 68명을 대상으로 5~9일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11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응답자 중 56%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게 되면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보다 인플레이션이 더 심할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할 때 인플레이션이 더 심할 것이라는 응답은 16%였다. 나머지는 실질적인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코노믹 아웃룩 그룹의 수석 글로벌 이코노미스트인 버나드 바우몰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면 인플레이션이 다시 가속화될 실질적인 위험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트럼프 2기 출범 시 재정적자와 금리와 관련해서도 이전보다 심각할 것으로 봤디. 응답자 중 51%는 트럼프 대통령 2기 임기 중 재정적자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바이든 2기에 적자가 심해진다고 답한 경우는 22%로 집계됐다. 응답자 59%는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이 되면 바이든이 대통령으로 남아있는 것보다 금리가 더 높을 것으로 생각한 반면 16%는 그 반대로 답했다.
일부 응답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집권하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독립성을 억제하려 할 수 있다는 리스크를 지적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1기 재임 시절, 자신의 금리 인하 요구를 거부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 대해 종종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무역, 이민 정책에 대한 우려가 큰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이 사퇴를 하더라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약이 크게 바뀔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WSJ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유권자들에게 ‘바이든 시절 40년 만에 가장 높은 인플레이션을 목격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려고 한다”면서도 “하지만 11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한다면 바이든보다 더 빠른 속도로 인플레이션을 낮출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말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