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7년 있는 동안, 나라의 우주 개발을 총괄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5번이나 바뀌었습니다."
3일 신현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장은 한국경제인협회가 제주 롯데호텔에서 개최한 '2024 한경협 CEO 제주하계포럼' 강연에 나서 우주개발의 지속성에 대한 생각을 전하며 이같이 밝혔다.
신 사장은 정부의 우주산업 지원에서 '지속성'이 부족했던 점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올해 정부가 우주항공청을 설립하며 민간 우주 업체와 향후 전략을 면밀하게 검토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우주 산업은 천문학적 비용과 시간이 필요한 산업인데, 책임자가 빈번하게 교체되는 한국 정부의 현황 상 우주 개발 방향에서 일관성을 확보하기가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우주 산업은 30~50년을 보고 개발하는 것인 만큼 일관된 컨트롤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게다가 세계 주요국에 비해 한국의 우주개발 예산이 턱없이 부족한 점도 지적했다. 신 사장은 "중국은 지난해에만 우주 산업에 19조 원을 투입했고, 일본은 9조 원을 우주기금으로 조성했으며 미국은 100조 원을 썼다"며 "한국은 단 8000억 원을 투자해 주요국에 비해 격차가 굉장히 큰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우주 개발비용을 1조 5000억원으로 늘리겠다고 선언했지만 그래도 경쟁 국가를 쫓아갈 수는 없는 느낌이 든다"고 덧붙였다.
이번 강연에서 신 사장은 한화가 진행하고 있는 우주 산업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한화가 최근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등과 차세대 발사체 개발 사업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설계부터 공동 개발하는 프로젝트로, '뉴 스페이스 시대'가 열린 것"이라고 했다. 신 장이 소개한 이 사업은 2027년까지 진행하는데, 2021년 첫 발사한 누리호의 2배 정도 되는 크기의 발사체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저궤도 500km 상공에 10톤의 화물을 올릴 수 있고 달에는 착륙선을 보낼 수 있는 수준이다. 신 사장은 "이 발사체가 개발되면 세계에서 의미있는 능력을 과시할 수 있는 수준이 된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신 사장은 앞으로 우주에서 사람들이 생활할 날이 머지 않았다고 확신했다. 그는 "일론 머스크(스페이스 X), 제프 베이조스(블루 오리진) 등 세계의 돈 많은 천재들이 이 사업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에 분명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120년 전 라이트 형제가 비행기를 개발했을 때 현재 지구 상공에 2만 5000여대의 비행기가 떠 있을지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며 "저는 우리의 손자, 증손자들이 우주 시대에 살고 있을 거라고 확신하고 우리는 그 시대를 준비해 줘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신 사장은 "우주 개발은 그때 갑자기 할 수 없고, 지금부터 꾸준하게 지속성을 가지고 투자하지 않으면 가능성이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