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색채의 여러 공사립 미술관에서 이뤄지는 생생한 현장 교육을 통해 도슨트(전시 설명)의 새로운 미래를 제시할 수 있는 인재의 산실이 될 것입니다.”(김영기 OCI미술관 부관장)
서울경제신문 백상경제연구원 미술정책연구소와 서울특별시미술관협의회가 공동 기획·주관한 ‘2024 서울시미술관 도슨트학교’가 이달 12일 세종문화회관 써클홀에서 열린 개교식 행사와 함께 첫발을 내디뎠다. 이날 개교식에는 손동영 서울경제신문·서울경제TV 대표이사 사장과 이민옥 서울시의회 의원, 배희정 서울시 문화본부 박물관과장, 노준의 토탈미술관장, 박춘순 해든미술관장 등을 비롯한 내빈 및 40명의 도슨트학교 수강생들이 참석했다.
이번 1기 도슨트학교 수강생 선발 심사위원장을 맡은 김이삭 서울특별시미술관협의회 회장(헬로우뮤지움 관장)은 “세대별·성별·전공별 다양성을 확보해서 새로운 도슨트상을 제시할 수 있는 인재들, ‘제2의 커리어’를 자랑스럽게 수행할 수 있는 분들을 선발하기 위해 애썼다”고 밝혔다.
도슨트학교는 지난달 20일 공모를 시작했고 이틀 만에 ‘30명 내외’의 모집 정원을 넘겼다. 지원자는 총 123명으로 평균 경쟁률은 4대1을 웃돌았고 도슨트학교 사무국은 수용 가능한 최대치인 40명의 1기 수강생을 이달 2일 발표했다.
‘만 19세 이상 성인 누구나 전공·경력 무관하게 지원할 수 있다’는 공고가 무색할 정도로 지원자들의 이력이 화려했다. 현직 초등학교 교장과 교사, 국립미술관을 비롯한 현직 미술관 도슨트 등을 비롯해 현직 변호사와 병원장·간호사·로봇공학자와 금융회사 최고재무책임자(CFO) 등 업무와 무관한 고학력·전문직 종사자들이 다수 응시했다. 지역 예술 인프라 구축 연구를 겸하고 싶다며 지원한 현직 구의원을 비롯해 ‘대학가요제’ 대상 수상자 출신의 마케팅 전문가도 도슨트학교에 지원, 합격해 눈길을 끌었다.
큐레이터의 경우 대학에 관련 학과도 있고 ‘학예사자격증제도’도 운영되는 전문직이지만 도슨트는 다른 성격의 직군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2023년 발간한 정책연구보고서 ‘박물관·미술관 전문인력의 인적자원 관리 방안 연구’에 따르면 도슨트는 일반 행정, 시설 관리 업무와 비교해 전문인력 직무로 보는 인식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체계적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갈증이 이번 도슨트학교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도슨트학교 대표 교수인 김영기 부관장은 이날 개교식에서 “실제 현장의 목소리를 전하는 미술관 인력들에 의해 다채로운 분야를 배우고 경험할 수 있는 이번 도슨트 교육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쉽게 접할 수 없는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1기 도슨트학교는 10월 말까지 총 15강의 이론 및 현장 수업을 주 1회 진행한 후 11월 2일 검정평가와 함께 ‘서울시미술관 도슨트 자격증’을 발급할 예정이다. 강좌는 롯데뮤지엄과 삼성미술관 리움, 성북구립미술관을 비롯해 세종문화회관·세화·OCI·코리아나·헬로우뮤지움 등의 미술관 현장에서 현직 실무자들이 직접 진행하는 강의, 자격증 대비 집중 실습과 개별 피드백이 제공되는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으로 이뤄진다.
도슨트학교 수료생들이 검정평가를 통과해 자격증을 취득하면 서울특별시미술관협의회 소속 22개 미술관이 도슨트를 필요로 할 경우 우선 추천 대상이 되는 등 지속적인 관리를 받는다. 한국사립미술관협회장인 박춘순 관장은 “인적·물적 재원이 부족한 미술관 여건 속에서 다양한 업무를 도맡은 큐레이터가 매번 전시 안내를 진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잘 육성된 도슨트가 지속적으로 공급된다면 전시를 제공하는 미술관이나 이를 보고 즐기는 관람객 모두에게 큰 도움이 되고 미술관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이민옥 의원은 이날 축사에서 “미술관 도슨트가 점차 하나의 직업군으로 자리 잡아간다는 것은 새로운 일자리 창출의 신호이기에 반가운 소식”이라며 “도슨트 여러분들과 함께 서울시민, 나아가 국민들이 미술과 한층 더 친해질 수 있는 만큼 공적으로 지원할 방법도 모색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2기 모집 공고는 10월 중 공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