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3일(현지 시간) 오후 주요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유세를 하던 도중 총격을 입었다. 1981년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피격 사건 이후 43년 만의 대통령(혹은 후보) 암살 시도다. 공화당 전당대회를 불과 이틀 앞두고 벌어진 이번 총격이 강성 지지자들의 결집 효과는 물론 중도층 유입을 가져올 메가톤급 사건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일각에서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극단적으로 분열돼 있는 미국 사회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단면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이날 미 주요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른쪽 귀 윗부분이 관통되는 부상을 입었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고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뒤 곧바로 퇴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5~18일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나흘간 열리는 전당대회에 예정대로 참석할 예정이다. 이곳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되고 자신의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도 지명할 예정이다.
암살 용의자는 총격 직후 비밀경호국(SS) 요원에 의해 사살됐다. CNN은 총격범이 단상에서 133~166야드(약 121~151m) 떨어진 건물 옥상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했다고 보도했다. 뉴욕포스트 등은 총격범의 신원이 펜실베이니아에 거주하는 20세 공화당원인 백인 남성 토머스 매슈 크룩스라고 전했다. 미 수사 당국은 이번 총격을 전직 대통령에 대한 ‘암살’ 미수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하고 있다.
이번 피습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도층의 지지까지 결집할 중요한 계기를 마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화당의 결집력은 한층 강해지고 중도층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동정 여론이 확산하면서 표심이 옮겨갈 수 있어서다. 특히 민주당의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TV 토론 참패 이후 당내 기반이 흔들리는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총격을 이겨내는 모습을 연출하면서 대선 경쟁 구도는 다시 한 번 요동치게 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긴급 성명을 통해 “그가 안전하고 잘 있다고 들어서 감사하다”며 “미국에서 이런 종류의 폭력이 있을 자리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사건 발생 전 후보 사퇴론을 잠재우기 위해 델라웨어에서 민주당 의원들과 화상 회의를 진행하다가 피격 소식을 듣고 곧바로 워싱턴으로 복귀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사건에 대해 “끔찍한 정치 폭력에 충격을 금할 수 없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조속한 쾌유를 기원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