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부동산 펀드 덮친 원화 리스크…환 헤지 포기 속출

이지스 공모펀드 환 노출로 전환
자산 급락에 원화마저 약세겹쳐
환헤지 정산금 반년새 2배 불어
9월까지 정산 못하면 이자 15%


유럽 3개국에 위치한 아마존 물류센터에 투자하는 이지스자산운용의 해외 부동산 공모펀드가 환 헤지 계약 연장에 실패했다. 부동산 시장 위축으로 자산을 매각하지 못하고 원화마저 약세라 환 헤지 정산금을 끝내 마련하지 못해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험까지 커졌다. 자산 가격 급락에 환율 불안까지 겹치면서 해외 부동산 공모펀드의 손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14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이지스자산운용의 이지스글로벌공모부동산투자신탁281호(파생형) 펀드는 파생 계약 만기일인 10일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과의 환 헤지 계약을 종료했다. 해외 부동산 펀드는 해외 자산에 투자하기 때문에 펀드의 매수 시점과 매도 시점 사이에 발생할 수 있는 환율 변동 위험을 없애려 대부분 환 헤지를 한다. 환 헤지 계약 종료에 따라 해당 펀드는 11일부터 환율 변동 위험에 노출됐다.


2019년 7월 12일 설정된 이지스글로벌공모부동산투자신탁281호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프랑스 파리, 영국 브리스틀 등 3곳의 아마존 물류센터에 투자했다. 이후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기를 거치면서 해외 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위축됐고 스페인(-29.33%), 프랑스(-26.05%), 영국(-29.70%) 등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다. 해당 펀드는 결국 자산 매각에 실패하면서 이달 12일로 예정됐던 만기를 2028년 7월 12일까지 연장했다.


펀드 만기에 맞춰 환 헤지 계약 기간도 연장하려면 일단 은행에 헤지 정산금을 지급하고 새로운 환율로 다시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통상 자산을 팔고 받은 현지 통화로 환 헤지 정산금을 내는데 자산 매각에 실패했고, 은행들 역시 환 헤지를 기피하자 환 노출로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환 헤지 계약 종료 시점에 이르러 원화가 유로화 및 영국 파운드화 대비 약세라 정산금이 불어났다는 것이다. 펀드 설정 당시 1유로당 1322원 환율로 계약했는데 이달 9일 기준 환율이 1495.86원까지 치솟았다. 전 세계적인 미국 달러화 강세 환경에서 원화만 유독 약세를 보인 까닭이다.


해당 펀드는 정산금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해 10월과 올해 4월 두 차례에 걸쳐 분배금마저 지급하지 않고 돈을 모았으나 자금이 충분하지 않아 결국 완납하지 못했다. 지난해 9월 필요 정산금을 214억 원 정도로 추정했는데 이후 원화 약세가 더욱 심해지면서 이달 9일 기준 378억 원까지 불어났기 때문이다. 펀드는 SC은행과 협의를 통해 130억 원을 먼저 지급하고 잔여 정산금은 연이자 4.55%를 포함해 9월 4일까지 내기로 했다. 이때까지 잔여 정산금을 지급하지 못하면 연 15% 디폴트 이자가 발생한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잠재 대주와 차환을 통해 대출 증액을 논의 중”이라며 “대출 증액금 일부를 활용해 잔여 정산금을 지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2019년 설정된 해외 부동산 공모펀드 대부분이 환 헤지 계약을 체결한 만큼 유사 사례는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 독일 트리아논 빌딩에 투자한 이지스글로벌부동산투자신탁229 펀드는 지난해 10월 자산 가격 하락으로 환 헤지 계약이 조기 종료되면서 환 노출로 전환한 상태다. 한국투자벨기에코어오피스부동산투자신탁2호(파생형) 펀드는 지난달 환 헤지 계약 정산금 73억 5936만 원을 마련하지 못해 결제 미이행이 발생했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펀드 전체 규모 대비 환 헤지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해외 부동산 경기회복 시점이 늦어지는 만큼 관련 리스크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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