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상반기 부실채권 3.2조 털었다

작년比 1.5배↑ 건전성 비상
가계·기업 연체율 증가 여파
"코로나 대출 유예로 가려진 부실"


고금리·고물가의 영향으로 돈을 빌리고 제때 갚지 못한 가계와 기업이 늘면서 5대 은행이 올 상반기에만 3조 원 넘는 부실채권을 털어낸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회복 속도가 더딘 상황에서 코로나19 대출 상환 유예 등으로 가려졌던 부실까지 드러나면서 은행권의 건전성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는 분석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이 올해 상반기에 상·매각한 부실채권은 3조 2704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2조 2232억 원) 대비 약 1.5배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부실채권 상·매각 규모는 지난해 하반기(3조 2312억 원)와 비교해도 늘어 증가 추세를 보였다.


은행은 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 채권을 ‘고정 이하’ 등급의 부실채권으로 분류하고 별도 관리하다가 회수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고 판단되면 떼인 자산으로 간주한다. 이후 장부에서 지워버리거나(상각), 자산 유동화 전문 회사 등에 헐값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처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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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자들이 빌린 돈을 제때 상환하지 못하자 은행들이 부실채권을 처분하며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을 인위적으로 낮추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달 대규모 상·매각의 영향으로 5대 은행 연체율은 6월 말 기준 0.31%로 한 달 전보다 0.08%포인트 낮아졌고, NPL 비율도 같은 기간 0.05%포인트 내렸다.


문제는 경기 부진이 계속되면서 신규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는 점이다. 새로운 부실채권 증감 추이가 드러나는 신규 연체율은 5월 0.10%에서 6월 0.09%로 0.01%포인트 하락하는 데 그쳤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5월 연체율이 0.56%까지 뛰는 등 가계(0.31%), 대기업(0.03%)보다 상황이 나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최근 연체율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이후 최고 수준”이라며 “고물가·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내수가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는 가운데 가계·기업의 빚 부담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권은 경기 둔화 압력으로 부실채권이 당분간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보다 철저한 건전성 관리에 나설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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