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트럼프 피격…어떤 이유로도 정치 테러 용납 안 된다

11월 실시되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공화당의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유세 도중 총격을 당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설 도중 불법 이민에 대해 언급하는 순간 여러 발의 총성이 울렸고 총알 한 발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오른쪽 귀 윗부분을 스치고 지나갔다. 귀에서 피를 흘리며 긴급 대피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다행히 생명에 지장이 없었지만 유세장에 있던 지지자 한 명이 목숨을 잃었다. 20세 남성으로 밝혀진 총격범도 현장에서 사살됐다. 범인은 유세장 인근의 건물 옥상에서 반자동 소총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 저격을 시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유력한 대통령 후보의 목숨을 노린 명백한 암살 미수 사건이자 민주적 선거 절차를 정면으로 부정한 정치 테러 행위다.


범행 동기와 배경 등 사건의 전모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어떤 명분과 이유로도 정치 폭력과 테러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 특정 후보의 정치 노선이나 이념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정치인에게 극단적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들고 자유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행위다. 민주주의 체제에서 정치인에 대한 심판은 오직 민주적 절차에 따른 공정한 선거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 그럼에도 정치인을 겨냥한 테러는 전 세계적으로 빈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롯해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흉기 피습을 당했다. 극도로 분열되고 대립된 진영 정치 지형에서 적대감과 증오를 부추기고 상대를 악마화하는 혐오 정치와 도를 넘는 팬덤 정치가 정치 폭력을 증폭시키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피격을 민주당 소속 조 바이든 대통령의 탓으로 돌리는 일부 공화당 의원들의 주장은 그래서 더 우려스럽다.


정치적 비방과 혐오는 사회 분열과 폭력의 씨앗을 뿌리면서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파괴한다. 이번 사건이 서로를 겨냥한 막말과 공격이 일상이 된 우리 정치권에도 자성의 계기가 돼야 한다. 여야 모두 상대를 적대시하는 극한 대결과 증오의 정치에서 벗어나 대화와 타협으로 생산적 결과를 만들어내면서 경쟁하는 정치 문화를 발전시켜야 한다. 그래야 반복되는 정치적 폭력을 근절할 수 있다. 아울러 테러 행위에 노출되기 쉬운 여야 정치 지도자들에 대한 경호 태세를 더욱 강화해 안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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