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초반 만해도 넬리 코르다(미국)의 독주시대가 펼쳐지는 듯했다. 5월 중순까지 8개 출전 대회에서 6승을 쓸어 담은 코르다의 기세는 누구도 꺾을 수 없을 정도로 강했다. 하지만 코르다가 이후 3개 대회에서 연속으로 컷 오프를 당하면서 분위기는 완전히 바뀌었다. LPGA가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코르다의 부침을 틈타 세를 키운 것은 일본 여자골퍼들이다. 사소 유카의 US여자오픈에 이어 후루에 아야카가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서 올해 4개 메이저대회에서 일본 선수가 2승을 차지하게 됐다. 셰브론 챔피언십은 코르다의 몫이었고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에서는 양희영이 우승했다.
특히 퍼팅에서 강점을 보이는 후루에가 코르다의 강력한 대항마로 떠오른 모양새다. 각종 주요 통계에서 코르다와 후루에는 1, 2위를 다투고 있다.
일단 평균 타수 부문에서는 69.88타를 기록하고 있는 후루에가 69.97타의 코르다를 근소하게 제치고 1위에 올라 있다. 1승의 후루에가 6승의 코르다에 앞설 수 있었던 건 톱10 횟수가 많기 때문이다. 올해 톱10 횟수에서 후루에는 9회를 기록해 7회의 코르다를 제치고 1위에 나섰다. 톱10 횟수 6회를 기록한 유해란이 앨리 유잉(미국), 브룩 헨더슨(캐나다)과 함께 공동 3위에 올라 있다. 올해의 선수 부문에서는 214점의 코르다가 1위이고 115점의 후루에가 2위로 올라섰다.
후루에는 드라이브 거리가 122위(250.75야드)일 정도로 장타 부문에서는 약한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페어웨이 안착률 4위(83.37%)에 그린적중률 11위(71.68%)의 정교함을 갖고 있다. 특히 퍼팅에서 강점을 보이는데, 평균 퍼팅 12위(29.19개), 그린 적중시 퍼팅 5위(1.76개)를 기록하고 있다.
무엇보다 후루에는 지독히 많은 대회를 출전하는 스타일이다. 전체 선수들 중 가장 많은 17개 대회를 뛰었고 가장 많은 64라운드를 소화했다.
후루에가 버디 수 1위(237개)에 오를 수 있었던 건 많은 대회를 뛰면서 컷 오프가 거의 없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컷오프가 한 번 있는데, 그것도 팀 대항전인 다우 챔피언십이었다.
상금랭킹을 보면 일본 골프에 따라잡힌 한국 골프의 현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일단 상금랭킹 1위는 여전히 6승의 코르다다. 300만 6871달러를 획득했다. 2위는 US여자오픈에서만 240만 달러를 획득한 사소다. 264만 8812달러를 획득하고 있다. 3위는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으로 우승 상금 120만 달러를 차지한 후루에다. 244만 4717달러로 사소를 턱밑까지 추격한 상태다. 4위는 177만 6948달러를 획득한 앨리 유잉(미국)이다.
이어 5위가 169만 1471달러의 양희영이고 다시 6위에 일본의 시부노 히나코가 166만 9617달러를 획득해 뒤를 잇고 있다. 상금 ‘톱10’에 한국선수는 양희영 외에 9위(126만 5238달러) 유해란이 올라 있다. 고진영은 11위(116만 4810달러)에서 톱10 진입을 노리고 있다.
신인상 부문에서도 작은 변화가 생겼다. 일본의 사이고 마오가 가브리엘라 러플스(호주)에 이어 2위로 올라온 것이다. 뒤를 이어 3위 임진희, 4위 성유진, 5위 이소미 순이다.
한국여자골프가 옛 영광을 되찾기 위해서는 어떤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