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를 얼마 남겨두지 않고 고꾸라진 코스피가 기업들의 실적 개선을 등에 업고 2900선을 다시 정조준한다. 증권사들은 코스피가 2900 중반대까지 상승할 여력이 충분하다는 평가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2일 코스피는 2857.00으로 일주일 전인 이달 5일 마감 기준 2862.23포인트보다 5.23포인트(0.18) 내렸다. 코스닥은 같은 기간 847.49에서 850.37로 2.88포인트(0.34%) 상승했다. 코스피는 10일 2867.99, 11일 2891.35 등으로 상승 폭을 점차 키우면서 2900선 돌파 가능성을 보였다. 다만 12일 삼성전자(-3.65%)와 SK하이닉스(-3.32%) 등을 중심으로 외국인 순매도가 쏟아지면서 큰 폭 후퇴한 상황이다.
8~12일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 투자자가 1조 4431억 원을 순매수했다. 반면 기관투자가와 개인투자자들이 각각 3624억 원, 6382억 원을 순매도하면서 차익을 실현했다. 코스닥에서는 개인이 4866억 원을 순매수하면서 지수 상승을 견인했고 외국인이 474억 원 순매수로 거들었다. 반면 기관이 4748억 원을 순매도했다.
지난주 국내 증시는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b·연준) 의장이 국회에서 완화적인 발언을 내놓으면서 상승 탄력을 받았다. 미국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둔화로 금리 인하 기대감도 커졌으나 엔비디아(-5.6%), 애플(-2.3%), 마이크로소프트(-2.5%), 알파벳(-2.8%) 등 빅테크 주가 하락 영향으로 한국 증시도 큰 폭으로 후퇴한 상황이다.
투자 전문가들은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가 강화된 가운데 2분기 기업 실적 발표에 따라 코스피가 재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2분기 어닝 시즌이 시장 관심을 끌기엔 부족할 수 있겠으나 물가와 통화정책에 이어 실적이 가세하는 투자 환경에서는 7월 미국 증시가 랠리를 지속할 수 있는 요인이라는 해석이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7월 FOMC를 앞두고 생산, 고용, 물가, 소매, 국내총생산(GDP) 등 경제지표 결과를 확인하면서 시장의 시선은 물가, 통화정책에 머무를 것”이라며 “하지만 7월 미국 증시가 역사적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바탕엔 뒤에서 묵묵히 증시를 받쳐주고 있는 실적이 있기에 가능한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도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 상승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LG전자 실적 서프라이즈로 2024~2025년 실적 전망 상향조정 영향이 크다”며 “이 경우 코스피 단기 상승 여력은 2930선대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했다. 코스피의 기술적 조정은 2800선 전후에서 마무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NH투자증권은 다음 주 코스피 예상 범위를 2830~2950포인트로 제시했다.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 강화, 2분기 기업 실적 호조 기대,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재검토를 상승 요인으로 꼽았다. 반면 빅테크 위주 시장 쏠림에 대한 피로도와 경기 침체 논란 재점화 가능성 등이 하락 요인이 될 수 있다 전망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금투세 도입 시기에 대한 재검토 의사를 피력해 연말 개인투자자들의 국내 주식시장 이탈 우려가 완화됐다”며 “한국 주식시장에서는 밸류업 관련 주식들에 대한 관심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