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수 국세청장 후보자가 16일 ‘전두환·노태우 비자금’과 관련해 “불법 정치자금에 대한 시효가 남아 있고 확인만 된다면 당연히 과세해야 한다”고 밝혔다. 당국이 과세를 본격화할 경우 그간 밝혀지지 않았던 6공화국의 비자금 실체가 추가로 드러날 수 있어 주목된다.
강 후보자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이날 진행한 인사청문회에서 김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군사 쿠데타의 성공으로 이뤄진 이른바 불법 정치자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이같이 답했다.
김 의원은 “최근 음지에서 양지로 나온 게 있다”며 최태원 SK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과정에서 조명을 받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여사의 900억 원대 비자금 관련 메모를 언급했다. 김 의원은 이와 관련해 강 후보자에게 해당 사안이 징세 대상에 해당할지 물었고, 강 후보자는 “시효나 관련 법령을 검토해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시효·법령 등에 문제가 없고 900억 원대의 자금이 6공화국의 불법 통치 자금이 맞는다면 과세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셈이다.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은 40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지금까지 확인돼 추징된 액수는 2682억 원 수준이다. 김 여사의 메모가 실제 불법 비자금으로 확인돼도 공소시효를 넘겨 국고 환수는 어렵지만 증여세 과세는 다르다. 징수권을 행사할 수 있는 ‘부과 제척 기간’이 남았다고 해석될 수 있어서다.
국세기본법에 따라 납세자가 부정행위로 상속·증여세를 포탈한 경우 해당 재산의 상속·증여가 있음을 안 날부터 1년 이내에 과세할 수 있다. 과세 당국이 김 여사의 메모를 인지한 시점, 즉 최 회장과 노 관장의 2심 판결일(2024년 5월 30일)을 ‘상속·증여가 있음을 안 날’로 보면 징수권 행사가 가능한 셈이다. 실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아들 전재용 씨에게 흘러들어간 비자금에 뒤늦게 증여세 41억 원이 부과된 사례도 있다.
만약 당국이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904억 원에 대해 과세 절차에 착수할 경우 새로운 비자금의 실체가 드러날 수 있다. 구체적인 비자금 규모가 확인되면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 상고심 결과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 다만 비자금 조성 시기가 30년 넘게 지난 만큼 자금을 추적해 비자금의 실체를 단기간에 규명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 의원은 “불법 자금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국세청에서 단호하게 환수(과세) 조치를 하면 좋겠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