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발진 의심 사고 입증 책임 '소비자→제조사'…'도현이법' 국회 문턱 넘을까

허영·정준호 의원 각각 법안 대표 발의

2022년 12월 이도현(사망 당시 12세) 군이 숨진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와 관련한 민사소송이 진행된 2024년 6월 18일 도현 군의 아버지 이상훈씨가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앞에서 '도현이법(제조물 책임법 일부법률개정안) 제정을 위한 국민동의 청원' 참여를 호소하고 있다. 춘천=연합뉴스

지난 1일 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서울 시청역 역주행 사고를 포함해 운전자가 사고 원인으로 급발진을 주장한 사례가 이어진 가운데 급발진 의심 사고의 결함 원인 입증 책임을 소비자에서 제조사로 전환하도록 하는 법안이 21대에 이어 22대 국회에서도 발의됐다. 2022년 12월 이도현(사망 당시 12세) 군이 숨진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를 계기로 '도현이법'으로 알려진 법안이다.


16일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제조물 책임법 일부개정법률안(이하 개정안)을 이날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입증 책임 전환 규정을 적용할 대상을 자동차 뿐만 아니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고도의 기술력을 요하는 제조물로 확대했다. 또 제조사가 영업비밀 등을 이유로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한 최소한의 요구에도 비협조적으로 대응하는 문제를 막기 위해 현행 공정거래법과 하도급법 등 여러 법률의 '자료제출명령제도'를 적용하는 내용을 담았다. 자료 제출을 통한 영업비밀 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비밀유지명령제도' 도입도 포함됐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허 의원을 포함해 여러 의원들이 대표 발의한 제조물 책임법 개정안은 소관 상임위원회인 정무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민사소송 원칙에 배치되며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정부의 반대에 부딪혀 결국 임기 종료와 함께 폐기됐다.


2023년 6월 22일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당시 윤수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은 “자동차 급발진 관련 (소비자) 입증 책임 완화 등 취지에 대해서는 공정위도 공감하지만 입증 책임의 전환(소비자에서 제조사로) 같은 내용들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그 근거로는 “민사소송의 손해배상 입증 책임과 관련해서는 손해배상을 주장하는 피해자가 입증 책임을 부담하는 것이 일반적인 원칙이기 때문에 (해당 법안은) 기본적인 소송 원칙과는 배치되는 측면이 있다"며 “(소비자의) 입증 부담이 줄면 신고 건수가 늘어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산업 측의 부담도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윤 부위원장은 법원의 자료제출명령제도 도입에 대해서는 비밀유지명령 제도, 비밀 유지 위반시 제재와 같은 보완이 이뤄질 경우를 전제로 수용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이번 22대 국회에서의 논의가 주목된다.


허 의원은 이번 개정안의 취지에 대해 "내연기관 차량 부품이 보통 3만 개나 된다는데 여기에 첨단 전자기술까지 적용되면서 일반 소비자 역량으로는 결함 여부를 제조사와 따지는 게 거의 불가능한 영역으로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며 "이 법이 개정되고 소비자의 권리가 제대로 보장돼 단 한 사람의 국민이라도 억울함을 풀 수 있다면 우리 사회의 불신을 해소하고 더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를 확립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당 정준호 의원도 급발진 의심 사고의 결함 원인 입증 책임을 소비자에서 제조사로 전환하는 내용의 제조물 책임법 개정안을 15일 대표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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