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쌀밥에 계란말이와 매실 장아찌 정도만 먹으며 절약해 8억 원 가량을 모았다는 사연이 전해져 지난해 국내에서도 화제가 됐던 40대 일본인 남성이 이번에는 ‘슈퍼 엔저’ 현상을 한탄하는 글을 올려 눈길을 끈다. 투자에도 소질이 없어 오직 저축만으로 성실하게 돈을 모은 것이 자랑스러웠지만 ‘슈퍼 엔저’로 인해 ‘벼락거지’가 된 느낌이라는 것이다.
온라인 상에서 ‘절대퇴사맨’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고 있는 일본인 남성은 지난달 28일 엑스(X)에 “이대로 엔저가 계속 진행되면 파이어족은 이제 무리가 아닐까 생각한다”며 “21년간 무엇을 위해 열심히 (저축을) 해왔는지 (후회된다). 정말 무의미한 삶이었다. 비참하다”고 적었다. 해당 글은 16일 기준 조회수가 88만회에 달하는 등 ‘슈퍼 엔저’를 경험하고 있는 일본인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절대퇴사맨은 충분한 노후 자금을 마련해 일찍 은퇴하려는 ‘파이어족’(경제적 자유를 얻어 일찍 은퇴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꿈꾸는 이다.
지난해 그의 사연이 화제가 되면서 현지 매체와 진행한 인터뷰도 커다란 관심을 받았다. 일본 매체 엔카운트는 지난 2023년 7월 4일 ‘45세 남성, 9470만엔(8억 6000만원) 어떻게 모았나? 조촐한 식사와 대단한 절약…’이라는 남성의 인터뷰를 공개했는데, 당시 이 기사는 야후재팬 라이프 섹션 1위에 올랐다.
그는 인터뷰에서 직장에 입사한 뒤부터 생활비를 아끼며 저축하는 삶을 살았다고 밝혔다. 그가 X에 올린 저녁 식사 사진에는 장아찌, 편의점 계란말이가 전부였고 계란은 사치품이라도 했다.
건강이 염려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고 있다”며 “담백한 식습관 때문에 의외로 괜찮다. 호화로운 음식을 먹는 것보다 검소한 식단이 더 건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저축 비결에 대해서는 “정확히 계산해보니 9470만엔을 모았다”며 “주식 투자에는 재능이 없어 거의 하지 않았고 주로 월급을 저축했다. 생활비를 어떻게든 줄이고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지출은 적립한 포인트 등으로 충당한다. ‘월 0엔 생활’이라 부르고 있다”고 답했다. 또 그는 월세 3만엔(약 27만원) 이하의 매우 저렴한 집에 살고 있으며 오래전 최저가로 산 가전도 교체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처럼 ‘초절약’하는 삶을 실천해 화제가 된 지 불과 1년 만에 그는 저축만 했던 자신의 삶을 후회하는 듯한 글을 올린 것이다. 그는 “2034년에는 편의점 기저귀가 1개에 1만엔, 편의점 시급 3000엔, 환율은 달러당 5000엔이 되는 것 아니냐”라며 “잿빛 미래만 머릿속에 그려지고 있다. 우울증에 걸린 걸지도 모른다”라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