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과학자 육성, 의대 증원 갈등 해결책 될수 있어”

■김종일 서울대 의대 교수 인터뷰
노벨 의학상 37% 차지하지만
국내선 의대 진학자 1% 수준
채용때 연구반영 등 혜택 필요
특별법 만들어 지속적 지원도

김종일 서울대 의대 교수가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의사과학자는 의대 증원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습니다. 의사과학자 육성을 위한 의대 트랙을 만드는 것부터 의대 증원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입니다.”


김종일(사진) 서울대 의대 교수(의사과학자양성사업단장)는 17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무작정 의사를 많이 뽑는다고 필수의료, 지역 의사, 의사과학자에 대한 수요가 충족되지는 않는다” 면서 “의사과학자 육성으로 의대 증원에 대한 국민적 요구와 연구 장려 등 두가지 목적을 모두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사과학자는 임상 의료와 연구를 동시에 수행하는 바이오의료 전문가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의 약 37%와 글로벌 제약사 최고기술책임자(CTO) 중 약 70%가 의사과학자일 정도로 의학 발전을 이끄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하지만 국내 의사과학자는 전체 의대 진학자의 1%도 안 되는 수준으로 미국의 의사과학자 프로그램(MD-PhD) 수료자가 전체 의사의 약 4%인 것과 비교할 때 상당히 낮다.


김 교수는 “등록금이 천문학적으로 비싼 미국에서 의사과학자 프로그램으로 진학하면 등록금이 전액 면제되고 장학금을 받으면서 공부를 할 수 있다”며 “의사과학자 프로그램은 ‘최우수 학생’의 표상인데 프로그램 수료자는 좋은 병원으로 실습을 가거나 취업할 수 있고 좋은 대학의 교수가 되는데도 유리하다. 성공하려면 의사과학자가 돼야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의사과학자 육성 프로그램은 한때 의학전문대학원을 통해 국내 도입되기도 했지만 정착되지는 못했다. 김 교수는 “국내에서는 여태까지 학사·석사·박사 통합과정이 없어 의사과학자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기 어려웠다”며 “의대 등록금이 미국처럼 비싸지 않아 상대적으로 재정적인 이점이 적고 의대 동기 문화가 강해 박사학위까지 받고 인턴과 레지던트 과정에 들어가면 뒤쳐진다는 인식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의사과학자들이 병원에 취업을 한 이후에도 어느 정도 연구 활동을 보장해야 하는데 미국과 달리 연구비에서 인건비를 충당할 수 없는 국내에서는 수입이 줄어들 수밖에 없어 결국 연구는 상대적으로 소홀해지는 결과를 낳았다”고 덧붙였다.


국내에서 의사과학자 육성을 위해서는 △연구에 대한 관심 고취 △단기적인 등록금 혜택 △장기적인 직업적 성취 △다양한 프로그램 마련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김 교수는 “고등학교나 의대 초창기부터 연구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 연구에 대한 관심을 높여줘야 한다”면서 “단기적으로는 군의관이나 공중보건의 대신 지원할 수 있는 전문연구요원을 확대하고 장기적으로는 병원에서 레지던트나 교수를 채용할 때 학점뿐만 아니라 연구실적도 반영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학부, 레지던트, 교수 등 어느 때든지 연구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더 많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의사들의 의사과학자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늘리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정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문연구요원 제도는 4~5년 동안 시행되면서 정착 단계였는데 갑자기 ‘몇몇 과는 전문연구요원 지원 금지’라는 통보가 오는 바람에 정책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며 “수년 간 이어온 제도가 갑자기 없어지는 형식이 아니라 의사과학자 지원 특별법 제정 등으로 정책의 지속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일 서울대 의대 교수가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