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정신질환을 우려해 “병원에 가보라”고 한 모친을 폭행해 살해한 30대 아들이 중형을 선고받았다.

17일 뉴스1에 따르면 안양지원 형사1부(부장판사 송중호)는 존속살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남성 A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또 형 집행 종료일로부터 5년간 보호관찰을 받을 것도 명령했다.

앞서 A씨는 지난해 12월 9일 오후 10시 30분께 경기도 안양시에 있는 친모의 집을 찾아간 뒤 주먹과 발로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의 모친이 당시 술에 취한 상태였던 A씨에게 “병원에 가보라”고 하자 이 말에 격분한 A씨가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범행 직후 A씨는 부친에게 “엄마랑 싸웠다”고 말한 뒤 도주했지만 부친의 신고로 이튿날 오후 4시 30분께 경기도 오산시의 한 모텔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A씨는 지난 2009년부터 양극성 장애 및 조현병으로 입원 치료를 반복해 받다가 자의적으로 치료를 중단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범행 전에도 ‘엄마가 정상인 나를 정신병원에 입원시켜 치료받게 했다’ ‘엄마가 내 개인정보를 지속적으로 제3자에게 유출해 나를 괴롭힌다’라고 주장하는 등 모친에 대한 피해망상 증상을 보였다.

재판부는 A씨가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판단했다. 다만 범행의 잔혹성과 피고인의 자의적 치료 중단 등을 이유로 심신미약을 형의 감경 사유로는 삼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망상에 빠져 모친을 폭행하고, 결국 모친이 숨지게 되는 중대한 결과가 초래됐다”며 “모친이 사건 당시 피고인과 단둘이 있었던 범행 현장에서 느꼈을 공포와 좌절감은 감히 상상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직계존속을 살해하는 건 우리 사회에서 용납할 수 없는 반사회적 반인류적 범죄로 그에 대한 비난 가능성이 매우 높아 피고인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