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요구했다. 박찬대 민주당 대표 대행 겸 원내대표는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 정부가 발표한 자영업자·소상공인 지원 대책을 깎아내리며 “직접 지원 확대와 내수 진작책 수립이라는 투트랙으로 대책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추경을 포함한 모든 방책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민주당의 추경 타령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4·10 총선을 앞두고 전 국민 1인당 25만 원 지급을 위한 추경을 수차례 요구했다. 이에 앞서 이재명 전 대표는 지난해 총 35조 원 규모의 추경을 주장했다. 친명계 모임 ‘더새로’가 15일 토론회에서 기획재정부의 예산 편성권 축소를 주장하며 기재부를 압박한 것도 현금 뿌리기 선심 추경을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박 대행은 토론회에서 “지금은 민생회복지원금 같은 과감하고 책임 있는 재정 운용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물가·고금리 장기화로 어려운 취약계층을 돕는 대책은 필요하지만 정부가 빚까지 내서 현금을 뿌리자는 것은 매우 잘못된 처방이다. 특히 재정이 역대급으로 악화된 현 상황에서는 더욱 위험한 발상이다. 올해 5월 기준 관리재정수지는 74조 4000억 원 적자를 기록하며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세수 펑크가 현실화하고 있다. 기업 이익 감소로 법인세가 5월 기준으로 전년 대비 15조 3000억 원이나 덜 걷혔다. 정부는 한국은행에서 상반기에만 91조 6000억 원의 ‘급전’을 끌어다 썼고 이 가운데 19조 9000억 원은 6월 말까지 갚지 못했다. 추경을 편성하려면 결국 나랏빚을 늘릴 수밖에 없는데 이미 국가채무는 5월 기준 1146조 8000억 원에 이르렀다.
‘민생’을 외치는 거대 야당이 고작 빚 내서 현금을 살포하는 방안을 내놓은 데 대해 전문가들은 깊은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돈을 풀자는 것은 물가 상승을 부추겨 되레 서민들의 삶을 더 어렵게 할 가능성이 크다. 무분별한 추경은 재정을 악화시켜 국가 신인도를 떨어뜨리고 미래 세대 부담을 늘리는 부작용을 낳는다. 민주당이 민생·경제 살리기를 진정 원한다면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을 가능케 하는 법안들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 경제 살리기 입법을 외면한 채 추경 타령만 되풀이한다면 민주당은 ‘수권 정당’의 자질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