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올 상반기 동안 지난해 대비 3배 가까운 반도체 장비 반입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대역폭메모리(HBM) 판매 호조와 D램 업황 회복에 대응하기 위해 설비투자에 속도를 올리는 모습이다.
18일 한국무역통계 정보포털(TRASS)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본사 소재지인 경기 이천시의 올 상반기 반도체 장비(HS코드:848620) 수입액은 11억 300만 달러(약 1조 5250억 원)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수입액이었던 3억 8171만 달러보다 189%나 증가한 수치다. 호황기인 2022년 상반기 수입액인 18억 달러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
SK하이닉스 이천 본사에는 M16 등 주요 메모리 공장이 있다. 이천시에 SK하이닉스와 같은 초대형 반도체 회사가 없는 점을 미뤄봤을 때 수입 물량의 대부분이 SK하이닉스로 반입됐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SK하이닉스 메모리 공정 라인은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ASML 등 글로벌 외산 장비사의 기기가 주를 이룬다. 따라서 장비 수입액은 회사 설비투자의 가늠자 역할을 할 수 있다.
SK하이닉스가 올해 장비 구입액을 지난해보다 올린 것은 HBM과 범용 D램의 수요 증가 때문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업계에서 세계 1위인 엔비디아에 5세대 HBM을 공급하며 HBM 선두 자리를 사수하고 있다. 또한 지난 한 해 동안 이어졌던 메모리 불황이 걷히고 재고 소진과 D램 가격 상승이 전개되면서 설비투자도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SK하이닉스는 4월 1분기 실적 발표 당시 “연초 계획보다 설비투자액이 증가할 예정”이라고 밝힌 적 있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올 하반기와 내년에도 신규 공장인 청주 M15X 설비 반입 등으로 적극적인 투자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4분기 SK하이닉스의 D램용 웨이퍼 투입량은 역대 최대인 월 46만 장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