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에너빌의 '선견지명'…인수 체코 기업 스코다파워가 원전 터빈 공급

사업비 24조 중 8조 이상 맡아
'150년 역사' 제조사 M&A 결실
기술이전 약속 등 수주에 한몫

체코의 신규 원전 예정 부지인 두코바니 전경. 연합뉴스

한국이 17일 체코 신규 원전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가운데 두산에너빌리티(034020)가 2009년 인수한 체코 기업 스코다파워가 원전의 증기터빈을 공급한다. 150년 이상의 역사를 갖고 있는 체코 기업이 두산(000150)에너빌리티에 인수된 후 자국에 짓는 원전에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것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4조 원의 사업비 중 최소 8조 원 이상 규모의 주기기 등 핵심 기자재를 공급해 최대 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는 체코 신규 원전에 원자로와 증기 발생기, 냉각 펌프를 포함한 1차 계통 핵심 주기기와 증기터빈 등 2차 계통 핵심 주기기를 모두 공급한다.


대우건설이 진행하는 시공 사업에도 일부 참여한다. 체코 원전 수주를 딴 팀코리아에는 한국수력원자력을 비롯해 두산에너빌리티·한전기술·한전KPS·한전원자력연료·대우건설 등이 참여하고 있다. 대신증권은 순공사비를 19조 4380억 원으로 전망하며 두산에너빌리티가 가장 많은 비중(8조 5480억 원)을 차지할 것으로 봤다.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며 “내년 3월 최종 계약 시점에 주기기 제작비나 시공비 규모가 나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5월 체코 플젠시에 있는 두산스코다파워를 방문해 원전 핵심 주기기인 증기터빈 생산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제공=두산

두산은 2009년 두산에 합류한 체코 자회사 두산스코다파워가 체코 원전에 들어가는 가스터빈을 공급하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1869년 설립된 두산스코다파워는 15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터빈 전문 제조사로 증기터빈에 대한 원천 기술을 가지고 있다. 2009년 두산이 인수한 후 유럽과 중동·아시아·아프리카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두산은 체코 원전 수주전에서도 이를 적극 활용했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5월 체코 프라하에서 체코 정부와 업계 주요 인사들을 초청해 “체코 기업이 생산한 증기터빈이 원자로에 들어가는 만큼 체코 산업 생태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은 자사가 보유한 수소·가스터빈 기술도 두산스코다파워를 통해 체코에 기술이전하겠다고 약속하며 수주에 힘을 실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번 수주를 발판으로 유럽 진출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2기 기준인 체코 원전 건설 계획이 4기로 늘어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11일 발표한 두산그룹의 사업구조 개편안에 따라 두산밥캣(241560)을 두산로보틱스(454910)로 100% 이전하고 본연의 사업에 집중하기로 했다. 알짜 자회사를 떼어주면서 일부 소액주주의 반발이 나오고 있는 만큼 실적 개선이 절실하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23년 기준으로 매출액 17조 5900억 원, 영업이익 1조 4670억 원을 기록했지만 두산밥캣 등 자회사를 제외하면 매출액은 6조 6500억 원, 영업이익은 4500억 원으로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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