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전지를 만드는 한 공정에서 오류가 발생하자 작업자가 곧바로 장비에 연결된 마이크를 들고 “오후 2시, A설비 이상 떨림”이라고 외쳤다. 이상 신호가 서버에 감지되고 불량 유형과 이전 조치이력이 발생 가능성이 높은 순으로 정렬됐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도 즉각 사진과 동영상 형태로 확인 가능했다.
바로 옆 공정에선 자율주행로봇(AMR)에 다관절 로봇 팔을 결합한 수직다관절로봇이 자재 운반과 동시에 조립과 불량검사를 시행하고 있었다. LG전자(066570)의 대규모언어모델(LLM) 기반의 인공지능(AI)과 로봇 기술이 결합된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이 공정 곳곳에 적용된 공장의 모습이다.
LG전자는 이러한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사업을 2030년까지 조 단위 규모로 육성한다고 18일 밝혔다.
LG그룹 계열사를 제외하고 순수 외부업체 공급 물량으로만 책정한 목표다. 올초 사업화 조직 신설 이후 반 년 만에 2000억 원 넘는 수주 물량을 확보하며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정대화 LG전자 생산기술원장(사장)은 이날 경기도 평택 LG전자 생산기술원에서 진행된 간담회에서 “신공장 구축을 기획하거나 기존 공장의 생산성을 높이고자 하는 모든 제조기업이 고객”이라며 “특히 북미나 동남아에 진출하는 국내 기업은 인력 감축에 따른 투자를 많이 하고 있어 고객이 대거 유입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LG전자는 스마트팩토리 사업을 올해 초부터 기업간거래(B2B) 사업의 주축으로 키우고 있다. 이차전지·자동차부품 제조업체, 물류업체 등을 비롯한 20여 개 고객사를 확보했다. 반도체와 제약·바이오, 식음료(F&B) 산업군까지 사업 확장도 노린다. 최근 미국 인텔·존슨앤존슨과 회동하는 등 잠재 고객사 미팅도 이어지고 있다.
LG전자는 1958년 금성사(LG전자 전신) 설립 이후 가전사업을 필두로 66년간 축적한 제조·생산 노하우를 강점으로 내세웠다. 국내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경쟁사들의 사업 구조가 특정 영역의 단위에 그친 반면 LG전자는 공장 기획부터 설계·구축·운영에 이른 종합 컨설팅을 제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LG전자가 최근 10년간 쌓은 제조·생산 데이터의 양은 770테라바이트(TB)로 고화질 영화 19만 7000여 편 용량과 맞먹는다. 생산기술원이 지닌 스마트팩토리 관련 특허도 1000건을 넘는다.
송 상무는 “생산 요소 기술 뿐 아니라 AI와 빅데이터 활용한 가상화 기술을 총 결집해서 플랫폼화하고 있다”며 “고객이 적기에 가져다 빠르게 쓸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은 공정 사이 아주 짧은 순간의 지연이나 미세한 오차까지도 줄이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생산·제조 영역의 효율이 곧 사업의 수익성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경남 창원에 위치한 LG전자 냉장고 생산라인에서는 13초마다 냉장고 한 대가 생산되는데 하루 10분만 생산이 멈추더라도 50대 분량의 차질이 생긴다. 냉장고 한 대 가격을 200만 원으로 가정할 때 10분의 지연이 1억 원 손실로 이어지는 셈이다.
AI와 로봇으로 대표되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결합도 강점이다. AI가 이상 상황을 감지하는 비전 AI 시스템이나 레이더·라이다 등 센서를 통해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부품과 자재를 공급하는 AMR 등이 대표적 예시다. AMR는 특히 고객 수요에 맞춰 다양한 형태로 변형할 수도 있다. LG전자가 창원에 이러한 방식의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한 이후 창원 공장의 생산성은 17%, 에너지효율은 30% 올라갔다. 불량 등으로 생기는 손해는 70% 줄었다. LG전자의 외부 고객사도 이러한 비용 절감과 생산효율성 증대 효과를 볼 수 있다.
스마트팩토리 사업에서 올해 유의미한 매출도 나온다. 송 상무는 “올해 연말까지 매출 2000억 원, 누적 수주 예상금액은 3000억 원에 달할 것”이라며 “업종별 대표 레퍼런스를 확보하는 단계고 장기적으로는 10% 이상 영업이익률이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