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이 북한의 석유 밀수를 겨냥해 테러자금법을 개정할 방침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는 대만 정부 고위 관리들과 검찰 등을 인용해 이번 달 발표 예정인 대테러 자금법 개정안 초안은 유엔 제재를 받는 국가의 시민·단체를 상대로 한 거래와 관련해 처벌 적용 범위를 현행법에 따른 ‘직접 거래’뿐 아니라 ‘모든 거래’로 확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또 용의자가 석유 등을 제재 대상 기관에 고의로 판매했다는 것을 사법당국이 입증해야 하는 요건도 없앴다. 초안은 또 선박명 위에 페인트 칠을 하거나 자동식별 시스템을 끄는 것과 같은 위장 전술에 대해 범죄화했다. 지금까지 이런 행위는 벌금 부과 대상일 뿐이었다.
이번 법 개정은 북한의 원유 밀수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황머우신 대만 법무차관은 FT에 “최근 몇 년 간 북한으로 원유 환적과 관련된 일련의 사건들이 발생해 법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범죄 행위 범위가 너무 좁게 규정돼 있어 허점을 메우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외교 관리들과 분석가들에 따르면 2017년 유엔이 북한의 정제유 수입량을 제한하는 제제가 가해진 후 북한으로 운송되는 원유 대부분은 대만에서 나왔다. 북한으로 밀수된 원유 90% 이상이 대만 항구를 통했다는 해외 정부 관리들의 말도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군사 위협이 높아져 가는 가운데 미국 등 서방에 민주주의 공동체의 일부라는 점을 부각하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FT는 “중국의 침략 위협에 맞서기 위해 서방 국가들과의 지원을 구하고 있는 대만에게 북한의 불법 무역 저지 실패는 서방 국가들과의 관계에 있어 오랫동안 골칫거리였다”고 짚었다. FT는 러시아가 북한에 대한 직접 석유 공급을 재개하면서 대만의 공급원 역할이 줄어듦에 따라 자연스럽게 규제 강화 움직임이 나온 것이라고도 관측했다.
다만 선박 소유주들과 야당이 장악한 의회의 저항으로 개정안은 통과가 어려울 수도 있다고 FT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