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수현·라경민 등 한국 여자 배드민턴을 대표하는 선수들의 계보를 잇는 유망주로 각광받은 선수가 있었다. 하지만 크고 작은 부상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몇 번의 수술을 받으며 심신이 무너졌고 결국 은퇴를 선택했다. 만화 같은 이야기의 주인공은 한국 배드민턴 여자 단식 최강자로 군림하던 전재연(41)이다.
선수 은퇴 후 전재연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현장에 돌아왔다.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국가대표지원센터의 수장으로 2024 파리 올림픽을 준비하는 국가대표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돕는 역할을 맡게 된 것.
전 센터장은 먼저 배드민턴을 시작한 친척 오빠의 모습을 보고 부러운 마음에 라켓을 잡았다. 이후 고2 때 처음으로 국가대표로 발탁돼 2004년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를 제패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선수 시절 자신을 ‘노력파’라고 설명한 전 센터장은 “일단 주 무기가 체력이었는데 남들보다 한발 더 뛰면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선수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경기 중 무릎 십자인대가 끊어지는 부상을 당해 세 번의 수술과 재활을 반복하며 힘든 시간을 보냈다. 회복 후 2008 베이징 올림픽에 출전했지만 이렇다 할 성적을 올리지는 못했다.
올림픽 후 은퇴를 마음먹은 전 센터장은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특히 부상이나 경기력 저하 등으로 심리적인 어려움을 겪는 선수들을 위해 스포츠심리학을 공부하기로 결정했다. 그는 “선수 시절 심리 지원을 받으면서 ‘나도 나중에 선수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줄 수 있는 일을 해야지’라고 다짐했던 게 (전공을 결정한) 가장 큰 이유였다”고 말했다.
모교였던 한국체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연구원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차세대 선수 지원을 시작으로 현장에서 선수들을 만나 경험을 쌓았고 마침내 국가대표 선수들에 대한 지원을 총괄하고 있는 국가대표지원센터의 센터장이 됐다. 국가대표지원센터는 최첨단 과학기술을 활용해 체력·기술·영상·심리 등의 부분에서 다각도로 국가대표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위한 지원을 담당하고 있는 곳이다.
끝으로 그는 파리 올림픽을 앞둔 후배들에 대한 응원도 잊지 않았다. “후배들이 최선을 다하되 결과에 너무 연연하지 말고 준비했던 과정과 큰 무대에 섰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