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엔비디아 독주 몇년 내 깨질 수도…韓기업도 우군 찾아 AI연합군 꾸려야"

■상의 제주포럼 'AI 토크콘서트'
아직은 AI 수익 모델 정립 안돼
데이터·칩 성능·탄소 등이 변수
공생 통한 시나리오별 대응 중요
최수연 "AI 주권·파트너십 강화"

최태원(오른쪽)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19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제공=대한상의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엔비디아의 독주가 몇 년 내에 깨질 수도 있다고 본다”며 “인공지능(AI)이라는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국내 기업들도 글로벌 빅테크처럼 우군을 찾아 연합군을 꾸려야 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19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최수연 네이버 대표와 AI의 미래를 주제로 토크 콘서트를 개최하고 이처럼 말했다. AI의 미래가 다앙한 형태로 분화하고 있어 모든 시나리오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에서 협력할 수 있는 우군을 찾아야 한다는 게 최 회장의 생각이다.


그는 현재 AI 기업을 ‘금을 캐는 기업’과 ‘곡괭이를 파는 기업’으로 분류했다. 가령 네이버가 AI 모델을 직접 개발해 고객들로부터 돈을 벌어들이는 기업이라면 SK는 SK하이닉스(반도체)나 SK이노베이션(에너지) 등을 앞세워 AI 기업이 돈을 벌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업이라는 뜻이다. 글로벌 차원에서 보면 대규모언어모델(LLM)을 만드는 오픈AI나 구글은 금을 캐는 기업이고 금을 캐는 도구(AI 가속기)를 파는 엔비디아는 곡괭이 기업으로 볼 수 있다.


최 회장은 두 유형의 기업을 일종의 공생 관계로 봤다. 네이버가 금을 캐는 데 성공해야 SK도 계속 곡괭이를 팔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AI로 돈을 버는 모델이 나오지는 않은 상황”이라며 “만약 현재 AI 산업의 구도로 돈을 벌기 어려워진다고 판단되면 그때는 엔비디아의 세상이 무너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 회장은 향후 AI의 미래를 가를 변수로 데이터와 칩의 성능, 에너지·탄소 문제 등을 지목했다. LLM에서 사용하는 데이터 용량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아야 꿈의 인공지능이라고 불리는 일반인공지능(AGI)으로 진입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칩의 성능 역시 AI의 미래를 가를 주요 변수다. 현재 엔비디아의 AI 가속기가 다룰 수 있는 파라미터(매개변수)는 3조 2000억 개 수준인데 AGI로 가려면 10조 개의 파라미터는 다룰 수 있어야 한다고 최 회장은 설명했다.



최태원(오른쪽부터)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최수연 네이버 대표, 정송 KAIST AI대학원장이 19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제공=대한상공회의소

그는 “칩이 여러 개 연결된다고 해서 성능이 2배, 3배로 커지는 게 아니다”라며 “앞으로 칩의 성능에 기술적 한계가 나타날 수 있다. 설령 칩의 성능이 무한정 좋아진다고 해도 거기에 들어가는 막대한 전력, 탄소 배출 같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의 미래가 크게 나눠 네 가지 시나리오로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먼저 모든 변수가 다 극도로 발달해 AGI로 진입하는 세상이다. 이 시점이 올 경우 오픈AI나 마이크로소프트(MS)의 독주가 나타날 것으로 최 회장은 예상했다. 두 번째는 어느 기업도 슈퍼 AI를 탄생시키지 못하고 LLM 기업들이 정체된 상태에서 경쟁하는 세상이다. 세 번째는 어떤 기업도 AGI 문턱을 넘지 못하고 현재 AI 모델들이 바이오나 제조업 등 스페셜 모델로 분화되는 세상이다. 마지막은 대형 모델 탄생을 포기하고 가벼운 모델로 전환해 온디바이스 AI와 같은 단말기가 대세가 되는 모습으로 봤다. 최 회장은 “이 네 가지 모델에 전부 대응해 대한민국과 기업들이 생존할 수 있도록 전략을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대표는 이와 관련해 “AI의 발전 속도보다 방향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기 시작했다”며 “각 지역의 문화와 가치를 보다 강력하게 반영한 자체 소버린(주권) AI의 확산을 위해 여러 국가 및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가 자국어 중심 모델을 개발했던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세계 여러 나라가 소버린 AI를 확보할 수 있게 지원하고자 한다는 게 최 대표의 구상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