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등 서방의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와 중국의 금융기관들이 양국 간 결제망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8일(현지 시간) 장한후이 러시아 주재 중국 대사가 전날 러시아 국영 이즈베스티아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중국과 러시아의 금융기관들이 미르 결제 시스템에서 협력할 여지를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미르’는 러시아은행이 비자·마스터카드 등 서방 중심의 결제망을 대체하기 위해 자체 개발한 카드 결제 시스템이다. 미국이 앞선 2월 미르 결제 시스템을 대(對)러시아 제재 대상에 포함하면서 ‘미르페이’는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사라졌으며 러시아 정부가 개발한 루스토어에서만 다운로드가 가능해졌다.
장 대사는 중국과 러시아의 금융 협력이 “양국 간 비즈니스의 중요한 구성 요소이자 신뢰 가능한 보증”이라며 “제3국의 제재로 인한 결제 문제와 관련해 중국과 러시아의 금융기관들은 접촉을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 대사의 발언은 미국이 지난달 러시아의 전쟁을 지원하는 해외 금융기관에 대한 2차 제재를 발표한 뒤 나왔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의 대러 제재 강화로 기존 1차 제재 대상은 물론 이들 기관과 거래하는 해외 금융 업체들의 미국 내 금융 접근 역시 제한된 상태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당시 중국 대형 은행들을 겨냥해 “대러 제재를 조직적으로 위반할 경우 제재 대상에 지정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경고했다.
다만 이 같은 방침에도 중국 금융기관들이 실질적인 움직임에 나설지는 불투명하다. 리밍보 광저우연구소 박사가 광둥·푸젠·허난·산시성 업체들을 설문한 결과 대부분의 금융기관이 미국의 2차 제재 후 러시아 관련 사업의 외환 영수증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일부 업체는 대러 수출 대금 지급이 지연되자 러시아 전자상거래 기업인 오존의 전자지갑을 통한 GEP 결제 시스템으로 옮겨갔지만 여전히 제재 불안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금융기관들의 사업 대부분이 서방 금융 시스템과 긴밀하게 연계돼 있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등 서방을 상대로 한 사업을 유지하고자 하는 중국의 중소 수출업자들에게는 특히 미르 결제 시스템을 이용하는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SCMP는 중국의 가구 자재 수출업 관계자를 인용해 “미르 결제 시스템 협력은 의심할 여지 없이 서방 시장으로의 수출 사업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