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 대한 민주당 내 주요 인사들의 대선 출마 포기 요구가 분출하면서 바이든의 후보 사퇴가 임박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현재 바이든 캠프가 대선 완주 의지를 강조하고는 있지만 이르면 이번 주말 바이든이 후보 사퇴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 11월 대선까지 넉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현직 대통령이 재선을 포기할 경우 대선 구도는 완전히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다.
18일(현지 시간) 워싱턴포스트(WP)를 비롯한 미국 주요 매체들은 민주당 내부 관계자를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이 출마 포기를 결정하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WP는 이날 익명의 민주당 관계자 3명을 인용해 낸시 펠로시 전 하원 의장이 일부 민주당 의원들에게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에서 물러나도록 조만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발언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펠로시 전 의장은 ‘바이든 대통령이 출마 포기를 결정하는 데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도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의 대표적 우군으로 알려진 펠로시 전 의장은 TV 대선 토론 이후 바이든의 출마에 불만을 가진 당내 불안을 잠재우고 백악관 측에는 당심을 전달하는 역할을 맡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바이든의 결단을 촉구하는 민주당 내부의 요구는 임계점에 달한 상태다. AP통신이 11~15일까지 실시해 전날 공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민주당원의 65%는 그가 대선 후보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답했다. 전날에는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와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가 사퇴를 건의한 것으로 알려져 적지 않은 충격을 안겼다. 과거 바이든을 부통령으로 지명했던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최근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승리로 가는 길이 급격히 줄어들었다”며 사퇴론에 가세한 상황이다.
현재 민주당 지도부 등 측근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각종 지표를 기반으로 사실상 승리가 어렵다는 점을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대로는 대선 패배는 물론 상·하원마저 공화당 측에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증폭하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민주당 지도부는 11월 대선 참패를 시사하는 블루로즈리서치의 여론조사 결과를 들고 가 그를 설득하고 있다. 이 조사에 따르면 바이든이 대통령 직무에 적합하고 정신적으로 건강하다고 보는 응답은 유권자의 18%에 불과했다. 또 바이든 대통령은 모든 경합주에서 패배할 뿐 아니라 뉴햄프셔와 미네소타·뉴멕시코·버지니아·메인 등 2020년 대선에서 완승했던 지역에서도 참패가 예상됐다.
바이든 대통령도 잇따르는 출마 포기 요구에 전보다 귀를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든 대통령이 코로나19 감염 이후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델라웨어 사저에서 요양하면서 사퇴 문제에 대해 숙고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로이터 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이 중도 하차 문제를 놓고 자아 성찰을 하고 있다”며 “그는 이 문제를 아주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요 매체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가 시간문제라는 관측을 일제히 내놓고 있다. 악시오스는 이날 당 지도부와 측근들이 이번 주말 안으로 바이든이 대선에서 물러나는 결정을 내리도록 설득할 것이라는 복수의 민주당 주요 관계자 발언을 전했다. NBC는 “우리는 끝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대통령 측근의 발언을 보도했다.
바이든 캠프는 공식적으로는 사퇴론을 부정하고 있다. TJ 더클로 바이든 캠프 대변인은 이날 자신의 X(옛 트위터)에 “익명의 추측성 보도는 특종이 아니다”라며 “대통령은 재선을 위해 출마할 것이며 승리할 때까지 계속할 것”이라고 사퇴론을 일축했다. 펠로시 전 의장 대변인은 “언론들은 대통령과 나눈 대화를 잘못 표현했다”며 신중한 입장을 내놓았다.
바이든 대통령의 중도 하차가 현실화할 경우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 후보로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CBS 방송이 여론조사 업체인 유거브에 의뢰해 16~18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해리스와 트럼프의 가상 대결에서 트럼프 51%, 해리스 48%로 트럼프-바이든 가상 대결 때보다 지지율 격차(5%포인트)가 좁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대선 승리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피격 사건 이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세인 데다 짧은 시간 안에 해리스 부통령이 인지도를 쌓기가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