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웹트레이딩시스템(WTS)을 정식 출시한 토스증권이 표절 시비에 휘말리며 KB증권과 법적 분쟁을 펼치게 됐다. 토스증권에 앞서 WTS를 제공하고 있던 KB증권이 자사의 서비스와 유사하다며 법원에 문제를 제기하면서다. 금융 업계가 디지털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내면서 관련 유사성 논란이 잦아지는 모양새다.
19일 법조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15일 KB증권은 토스증권의 WTS가 자사 서비스와 유사성이 높다며 서울중앙지법에 부정 경쟁 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접수했다. 현재 관련 송달물이 토스증권 측 법무대리인에 발송된 상태로 첫 기일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WTS는 모바일 앱이나 PC 프로그램 설치 없이 웹에서 로그인만으로 주식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KB증권 측은 토스증권의 홈페이지 첫 화면부터 시작해 주식 거래, 주문 페이지 등의 사용자인터페이스(UI)가 일반적인 정도를 넘어 베끼기 수준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디자인뿐 아니라 기능적인 측면에서도 상당한 유사성을 띤다는 결론을 낸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KB증권의 WTS인 ‘마블 와이드’의 홈 화면에서 뉴스를 선택하면 기존 화면에 해당 뉴스가 중앙 팝업 형태로 나타나는데, 토스증권 WTS의 경우에도 이와 같이 뉴스가 노출되도록 구성돼 있다. KB증권은 이 같은 기능적 측면의 유사점이 다수 발견된 만큼 법적인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토스증권 측은 “아직 송달물을 받아보지 못했다”며 말을 아꼈다.
지난해 11월 출시된 KB증권의 마블 와이드는 출시 8개월 만에 누적 접속 고객 수 150만 명을 기록하며 WTS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토스증권의 경우 올해 2분기 WTS 서비스를 오픈할 예정이었지만 일정이 늦어지면서 5월부터 사전 신청자에 한해 서비스를 선공개하고 전날인 18일 정식으로 서비스를 내놓았다.
최근 증권 업계를 포함한 금융권에서 디지털 플랫폼의 편의성이 핵심 경쟁력으로 부각되고 있는 만큼 이 같은 문제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달 비상장·스타트업 증권 거래 플랫폼 ‘서울거래 비상장’의 운영사 서울거래는 자사의 특허권을 침해했다며 ‘증권플러스 비상장’의 운영사인 두나무를 경찰에 고소했다. 같은 달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은 삼성화재가 개편하며 제공하기 시작한 해외여행 보험의 모바일 가입 절차가 자사의 기존 UI·사용자경험(UX)과 사실상 동일하다며 삼성화재에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삼성화재는 현재 문제가 된 부분을 일부 수정했지만 표절 논란과는 별개의 개선 작업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앞서 법원은 2021년 4월 특허 정보 검색 서비스 업체인 윕스가 후발 업체인 워트인텔리전스를 상대로 제기한 부정 경쟁 행위 금지 등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면서 UI에 대한 지식재산권을 최초로 인정한 바 있다. 해당 UI를 개발하기까지 회사가 들인 시간과 비용 등의 노력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