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제너럴모터스(GM) 등 미국 주요 자동차 제조업들이 내연기관 차량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 전기차 시장 둔화 추세에다 내연기관 차량을 선호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1월 미국 대선에서 당선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이런 흐름이 강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18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전기차 개발에 수십억 달러를 들이며 경쟁하던 자동차 업체들이 수익성이 더 높은 내연기관 차량의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 투자를 두 배로 늘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날 포드는 캐나다 온타리오주 오크빌에 있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공장을 개조해 전기 SUV를 만들려던 계획을 접고 휘발유를 사용하는 대형 픽업트럭을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해당 공장에서는 포드 익스플로러와 링컨 에비에이터의 전기차 버전을 생산하기로 했으나 전기차 인기가 사그라들면서 휘발유 차량 인기 모델인 슈퍼듀티 픽업트럭 공장으로 바꾸기로 한 것이다.
이 같은 결정은 17일 GM이 올해 전기차 생산량을 기존 계획보다 5만 대 적은 20만~25만 대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한 지 단 하루 만에 나왔다.
포드는 전기 익스플로러와 에비에이터를 생산하겠다는 계획은 있다고 밝혔지만 언제 어디서 만들 것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포드는 해당 공장에 30억 달러(약 4조 1601억 원)를 투입해 2026년부터 연간 10만 대씩 슈퍼듀티 차량을 생산할 계획이다.
컨설팅 업체 알릭스파트너스의 아룬 쿠마르 상무는 “코로나 19 팬데믹 이후 전기차 산업에 활기가 돌았고 여러 제조 업체는 이런 성장이 계속될 것으로 봤다”면서 “하지만 현실은 달랐으며 이제 내연기관 차량의 시장점유율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은 현명한 조치”라고 말했다.
지난 1년간 미국의 전기차 판매 증가율은 급격히 둔화했다. 시장 분석 업체 마크라인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 세계에서 전기차는 약 116만 대 판매됐는데 올해 1월에는 절반 수준인 약 66만 대 판매에 그쳤다. 높은 차량 가격과 장거리 주행 시 충전 문제가 걸림돌로 지목됐다.
이런 가운데 불안정한 미국 정치 상황도 완성차 업계의 전동화 전환 계획을 늦추는 데 한몫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에 비해 상대적으로 친(親) 내연기관 성향을 띠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11월 대선에서 이길 경우 현 정부의 전기차 장려 정책 등을 뒤집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자 자동차 업체들이 전기 자동차에 대한 투자를 늦추고 있다는 것이 NYT의 분석이다.
메리 배라 GM 회장은 최근 CNBC 행사에서 전기차 판매 둔화로 인해 생산 용량 확장에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 업체인 테슬라도 그동안 꾸준히 달성했던 연간 매출 50% 증가가 어렵게 됐다. 테슬라의 글로벌 매출은 올해 상반기 6.6% 감소했다.
NYT는 테슬라의 멕시코 공장 신축 공사가 계속해서 미뤄지고 인도 자동차 시장 진출이 무산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분석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4월 인도를 방문해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인도 공장 건설을 논의할 계획이었으나 이를 무기한 연기했다.